지레 궁금하다. 5년 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여러 공과와 별개로 집값 안정을 자신하던 역대 어느 정부도 부동산 정책에서만큼은 후한 점수를 받은 사례가 없기에 하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는 설익은 대출규제와 부동산 세제를 남발하다 지난 20년의 집값 폭등을 불러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참여정부 경제 실정의 반사이익으로 탄생한 이명박 정부 때는 반대 이유로 시장에 곡소리가 이어졌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규제완화와 공급 확대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집값은 내리고 금리도 높아 대출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미분양이 쌓이고, 전셋값은 폭등했다.
박근혜 정부는 탄핵 사태가 없었더라도 2차 집값 폭등의 '원죄'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정권 연장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4년 7월 부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는 이른바 '미친 집값'의 자양분이자 연료가 됐다. 재정 확장과 통화 팽창, 대출 규제 완화가 "빚 내서 집 사라"는 시그널로 변주하자, 가계부채가 거침없이 폭주했고 집값 상승이 그 때부터 본격화했다. 뭐니뭐니해도 집 없는 서민·중산층에게 최악의 암흑기는 지난 5년이 아니었나 싶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유동성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참여정부 시즌2'라 불릴 만한 정책 실기와 오판이 내내 이어져 정권 반납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새 정부가 처한 상황은 어떤가. 이전 정부 출범 전과 견줘서도 훨씬 좋지 않아 보인다. 전임 정부의 거칠고 투박한 대출 총량규제로 집값 폭등세가 얼마간 잠잠해 졌다지만 시중에 풀려 있는 돈이 여전히 너무 많다. 언제든 부동산 시장으로 회귀할 수 있는 잠재 폭탄이다. 재건축과 대출규제, 세제 완화 기대감에 벌써부터 시장이 들썩일 조짐도 보인다. 다행히 감염병 유행이 끝물이라곤 하지만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엔 복합위기 경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풀린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긴축과 가파른 금리 인상에 지금보다 더한 속도가 붙으면 자산 부실화와 물가 급등세와 겹쳐 진짜 위기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종합적인 판단과 정밀한 진단, 핀셋 수술이 필요한 이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완화 여부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 같다. DSR은 박근혜 정부 당시 가계부채가 다시 폭증하고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2016년부터 자율규제 방식으로 도입된 규제다. 담보 물건과 보증 여부가 아니라 빚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금액이 가려진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충분한 담보를 확보한 금융회사의 손실을 줄여주는 규제라면, DSR은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 줘 금융 소비자를 보호하는 선진 대출 규제다. 새 정부가 약속한 대로 LTV를 올리고 공약집엔 없던 DSR 규제까지 완화하면 시장에 잘못된 신호가 갈 수 있다. 차주단위 DSR 규제 1단계가 시행된 게 이제 겨우 9개월 전의 일이다. DSR 규제 완화가 혹여 '빚 내 집사라 시즌2'가 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