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손해보험사가 보험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 캠페인이 업계 관계자들 입에 오르내렸다. 병의원에서 발생하는 보험 사기를 제보할 경우 최대 10억원 규모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특이한 건 결정적 근거가 부족한 정황 제보여도 유익했다면 포상한다는 점이다. 업계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누수로 이어지는 병·의원들의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가능성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다. 거의 칼을 빼든 수준이다. 과잉진료의 상징이 돼버린 백내장 수술 환자를 모으기 위해 허위 과장광고를 낸 안과 병·의원들을 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에 제소·제보하는 등 전통적인 대응 방식이 아닌 제3의 대안까지도 모색한다.
금융당국에 건의하고, 보건당국·수사기관에 신고해 봤자 매년 130%를 넘는 실손보험 손해율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보험사 스스로 방법을 찾고 있다. 불법 행위에 다양하게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현행 대응 체계로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더 정확해 보인다.
백약이 무효하다는 결론을 보험업계 스스로 내린 셈이다. 정부의 통제력 부재가 시장 질서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반영이기도 하다.
누가 잘못하고 있고, 그 잘못이 눈에 훤히 보이지만 정부의 '말빨'이 안 먹히는 원인은 다양하다. 보험사가 혐의점을 인지하고 신고해야 관련 사기를 적발할 수 있는 수동적인 대응 구조나 상대적으로 약한 처벌, 보험사 외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그릇된 인식 등 복합적이다.
보험업계는 불법행위를 하는 병·의원을 단속하고 지도해야 할 보건당국의 소극적인 자세를 지적하기도 한다. 국민건강보험과 연계돼 발생하는 실손보험 사기 특성을 반영해 공영보험과 민영보험의 정보교류가 필요하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를 범정부적으로 출범시켰어도 정작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보건복지부가 참여하지 않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실손보험에서의 적자규모는 누적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대로 2025년이 되면 장기보험 등 다른 부문 이익으로 실손보험 적자를 메울 수도 없는 상황이 될 거란 연구결과도 나온다. 보험사 대량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손보험의 존립과 중앙정부의 통제력 회복을 위해 국회를 중심으로 제안되고 있는 '보험범죄방지범정부대책 기구' 신설은 고려해 볼 만하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은 물론이고 수사기관까지 참여하는 범정부 기관이다. 인지수사와 당국 간 활발한 정보교류 등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이슈들을 해결할 대안으로 급부상 중이다.
실손보험 누수는 최근 1~2년의 문제가 아니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상품이었다는 구조적인 결함도 지적된다. 그렇다고 3500만명 넘게 가입한 '제2의 건강보험'이 가진 모순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땜질 처방보다는 근원을 손봐야 한다. 범정부기관 출범과 같은 당국의 적극적이고 힘 있는 대처가 절실한 이유다. 실손보험 적자는 단순히 보험사만의 손해가 아닌 선량한 소비자들의 손해로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