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ELS 판매 건전화의 과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5.02.12 05:10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로 금융권이 떠들썩한 지 벌써 1년이다. 은행들이 오랫동안 ELS를 불완전판매 하면서 투자자들은 수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은행들은 손실위험이 큰 고위험 ELS를 안정적인 신탁으로 포장해서 '안정 성향'의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H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오히려 영업 목표를 상향하기도 했다. 투자자 상품 판매 기준을 임의로 조정하거나 설명의무 등을 누락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당국은 곧 ELS 판매채널 건전화 방안을 발표한다고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은행의 금융상품 판매 관행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예컨대 안전한 예금에 가입한 고객에게 초고위험 고난도금융상품을 권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 풋옵션 매도가 내재된 ELS라면 개인의 장기 재산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ELS처럼 낮은 확률로 큰 손실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은 재투자 시 산술평균 수익률은 높을 수 있으나, 기하평균 수익률은 낮아서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판매 실적을 위해 안정적인 재산 형성을 바라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관행으로 ELS를 팔았다.

ELS 판매채널 건전화를 위해 어떤 해결책이 필요할까. 앞으로 은행에서 ELS를 팔지 말자는 주장(1안)과 판매 체계를 갖춘 은행 거점점포에서만 판매하자는 주장(2안)이 거론된다. 1안과 2안 모두 설득력이 있으며 은행의 고난도금융상품 판매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비교하자면 2안이 조금 더 세련된 방안이다. 불완전판매의 재발 방지가 목적이라면 전면적인 중단보다는 판매체계를 뜯어고치는 게 낫다. 해외에서도 은행의 고난도금융상품 판매를 금지한 사례를 찾기 어렵고, 은행이 다른 고위험 상품을 제조·판매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지금도 국내 은행들은 기초자산을 이해하기 어려운 해외 부동산펀드나 파생형 ETF(상장지수펀드)를 담은 고위험 신탁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은행의 불완전판매 개연성을 차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은행의 KPI(핵심성과지표)를 단기적인 회사이익이 아닌 중장기적인 고객 이익에 연동하도록 바꿔야 한다. 고난도금융상품일수록 판매보수가 높다 보니 은행에서 ELS 판매를 독려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둘째, 고난도금융상품 판매 시 유럽처럼 판매사가 적합성 보고서(suitability report)를 충실히 작성하고 이를 고객에게까지 제공해야 한다. 앞서 판매사들은 '적합성 원칙'을 형식적으로만 준수하고 인위적으로 고객의 위험 성향을 높이거나 금융상품의 위험등급을 낮췄다. 셋째,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전적 제재를 높여야 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불완전판매 시 과징금을 부과하는 근거가 있으나 산정 기준이 모호하고 제재 실효성이 낮다. 산정 기준을 판매 수익이 아닌 금융상품 판매액 또는 불완전판매 피해액 등으로 상향해야 한다. 징벌적 기능을 제고하기 위해 불완전판매 과징금 상한 비율을 50%에서 300%로 높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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