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원 독립하면 소비자보호 강화?…'반-반' 분쟁조정기구 전락할라

김도엽 기자, 권화순 기자
2025.07.17 15:50

[MT리포트]누구를 위한 감독체계개편인가③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임박했다. 십수년 전 일부 학자들이 주장해 온 방안의 재탕이다. 비슷한 체계로 운영중인 나라들에선 부작용에 대한 반성문이 나오고 있지만 이 기회에 권한 확대를 노리는 감독기구들은 이전투구 중이다. "왜 이 시기에 개편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실용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대로 괜찮은지 짚어본다.
한국소비자원, 금융·보험 부문 분쟁조정비율 50% 조정 사례/그래픽=윤선정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 조직을 떼 별도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설립하더라도 소비자 보호가 강화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검사·감독 및 상품심사 부서와의 순환근무가 완전히 막혀 분쟁조정의 전문성이 떨어질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독립적인 검사권을 부여하지 않는 기구로 개편되면 금융회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한 정보에 의존해 분쟁조정을 해야 해 "양쪽이 알아서 반반씩 양보하라"는 '주먹구구식' 단순 중재만 가능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들어 소비자원의 금융·보험 분쟁조정 결과에 불복하고 금감원을 찾는 금융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의견이 갈리는 분쟁 건에 대해 소비자와 금융사의 조정 비율을 50대 50(반반중재)으로 중재하는 경우가 많아 양쪽이 모두 이를 수용하지 않아서다.

지난 2월 공개된 소비자원의 위소매절제술(위축소술) 관련 질병수술보험금 지급 요구 건의 경우 신청인(소비자)과 피신청인(보험사)의 조정 비율이 각각 50%로 결정됐다. 당뇨 치료 목적이냐, 비만 치료(미용 치료) 목적이냐에 따라 보험금이 크게 갈리는 분쟁건이다. 소비자원은 "비만 치료 목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일부 전문위원 의견이 엇갈린다"며 '50% 배상' 판단을 내렸다.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는 달랐다. 당뇨병이면서 비만인 상황에서 위 축소술을 한 소비자 주장을 인용(100%) 했고, 보험사도 이를 수용했다. 금감원 검사국 직원들이 '암 입원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 검사를 나간 뒤 법정 분쟁까지 이어진 사례를 찾아내 이번 분쟁조정에 적용한 것이다. 대법원은 2010년 암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수술이라면 암 치료의 직접 목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 축소술에도 적용한 것이다.

다른 사례도 있다. 소비자원은 실손의료보험의 도수치료 보험금 지급(2021년 10월) 분쟁에서 "적정한 도수치료 횟수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상호 양보로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취지로 50% 조정을 내렸다. 반면 금감원은 판례와 분쟁조정 사례, 내부 평가지표, 제3의 의료자문 결과 등 객관적인 기준을 종합해 분쟁조정을 했고, 보험사도 이를 수용했다.

유사한 분쟁조정 사례임에도 양 기관의 조정안이 달랐던 이유가 있다. 우선 금감원 분쟁조정 직원들은 금융상품 심사와 감독·검사 순환근무 경험이 있다. 여기에 소비자가 직접 입증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 금감원의 검사국 직원들과 협업해 현장 검사를 통해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분쟁조정에 연계한다.

지난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분쟁조정도 분쟁조정국과 검사국의 협업이 주효했다. 은행 검사·감독국에서 46명, 금소처에서 10명 등 총 94명의 임직원이 투입돼 손실 배상이 시작된 지 약 1년 만인 지난 4월 기준 피해 계좌 16만5523건 중 약 96.5%가 배상에 동의했다. 상품 가입목적, 투자 경험 등을 감안한 정밀한 배상기준이 마련돼 소비자-금융사 수용도가 100%에 가까웠다.

하지만 향후 금소처를 금감원에서 떼어내 별도의 독립 기구를 둘 경우 이같은 협업이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금감원의 건전성 부문과 소비자보호 부문을 분리해 '쌍봉형'으로 쪼개는 경우 금소원에 검사권을 부여 하더라도 순환근무가 막히면서 감독·검사·상품 심사를 모두 경험한 직원은 찾기 어렵게 된다. 지금도 금소처 소속 금감원 직원들은 감독체계 개편에 동요해 사직을 고려하는 등 대규모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소원을 분리하고 검사권은 독립적으로 부여하지 않는 '소봉형'으로 갈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검사권이 부여되지 않으면 민원과 분쟁 처리 기관으로 전락해 금융회사가 제출한 정보에만 의존해야 한다. "양쪽이 알아서 반반씩 양보하라"는 식의 분쟁조정이 늘고 신뢰도, 수용성이 대폭 떨어질 우려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가장 두려운 건 금감원 검사국에서 금융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다"라며 "금융사가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다 검사로 연결되면 매우 곤란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분쟁조정 수용률이 높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