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자 중심 행정 하지 마"...금융회사 '패싱'한 금융감독 개편

권화순 기자, 김도엽 기자
2025.07.17 16:00

[MT리포트]누구를 위한 감독체계개편인가④

[편집자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임박했다. 십수년 전 일부 학자들이 주장해 온 방안의 재탕이다. 비슷한 체계로 운영중인 나라들에선 부작용에 대한 반성문이 나오고 있지만 이 기회에 권한 확대를 노리는 감독기구들은 이전투구 중이다. "왜 이 시기에 개편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실용을 강조한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이대로 괜찮은지 짚어본다.
금융회사가 지출하는 금감원 감독분담금 추이, 금융협회 현황/그래픽=이지혜

이재명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공급자 중심의 행정을 하지 말라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체계개편 논의에선 중요 당사자인 금융권이 '패싱' 당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매년 3000억원이 넘는 감독분담금을 내고 있는데, 만약 감독체계가 개편되면 분담액은 수천억원 더 불어난다. '시어머니'가 4명으로 늘면 소비자보호와 건전성·영업행위 검사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산업혁신과 발전은 뒷전으로 밀릴 위기다. '초대형 태풍'이 닥치고 있지만 정부 부처와 금융당국 출신들이 수장으로 있는 금융협회들은 침묵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독체계 개편이 가시화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금융정책) 금융감독위원회(감독정책) 금융감독원(건전성 감독) 금융소비자보호원(소비자보호) 등으로 '시어머니'가 4명으로 늘면 금융권의 감독분담금도 대폭 늘어는 게 당장의 이슈다.

무자본특수목적법인인 금감원의 예산은 '나랏돈'이 아니라 금융회사가 갹출한 감독분담금에서 나온다. 지난해 3000억원을 첫 돌파한 이후 올해는 3308억원으로 매년 금액이 대폭 불고 있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독립하면 인력과 조직운영비는 금융회사가 또 부담해야 한다. 업계에선 최소 1000억~2000억원 이상 늘 수 있다고 본다.

'시어머니'가 4명으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감독체계개편의 주요 당사자인데, 시어머니를 갑자기 4명 만들겠다고 하면서 며느리에게 한 마디도 묻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단독검사권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시어머니는 5곳이 될 수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시어머니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는데 시어머니가 여럿이면 사이가 좋을 수가 없고, 그 눈치를 다 봐야 하는 금융권은 도대체 무슨 죄인가"고 반문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책 수요자 입장을 물어보고 결정하는 것 하고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것 하고 내용은 똑같은데 수용성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은 일방적으로 진행 중이다.

금융권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정작 이런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금융협회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업계 반발을 사고 있다.

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위인설관(어떤 사람을 채용하려 일부러 벼슬자리를 마련함)하려고 조직개편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특정 개인이 과거 사례만 들고 소비자들의 뿔난 분위기에 편승해 개편을 주장하는데 금융협회가 눈치만 보면서 제대로 할 일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대통령이 안을 확정한 것도 아닌데, 이런 때는 협회가 나서 업계 중지를 모으고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의 '2중대' 역할만 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업권은 보험권이다. 소비자 민원의 절반은 보험업권이 차지해서다. 보험업권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등 협회가 3곳이 있지만 어느 곳도 먼저 총대 메고 나서지 않고 있다. 업계 출신이 협회장을 맡고 있는 은행·금융투자협회와 달리 보험협회 회장은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행안부 등 정부 부처나 금융당국 출신으로 채워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관 출신 협회장은 업계와 정부 사이에서 긴밀하게 소통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업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가 터졌는데도 역할 없이 침묵하고 있다"며 "보험 협회장들이 대부분 금융당국이나 정부 출신으로 이뤄져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감독체계 개편이 시급한게 아니라 금융협회 개혁이나 통폐합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권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화재보험 업권간의 영역이 사실상 허물어진데다 자산규모로 볼 때 3개 협회 모두 존치할 이유가 있냐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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