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라이프 연금보험, 45일만에 100억 돌파…'단종' 불러온 흥행 비결은

배규민 기자
2025.07.30 16:10

단일 연금보험으론 이례적 흥행…확정 수익 구조에 '역마진' 경고등

KB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 환급금 및 원금 비교/그래픽=이지혜

KB라이프가 출시한 'KB 트리플 레벨업 연금보험(무배당)'이 출시 45일 만에 초회보험료 기준 100억원을 넘기며 시장에서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연금보험 신상품의 초회보험료가 수십억 원대 초반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단일 상품으로는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이라는 평가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상품은 지난 6월 출시 이후 빠르게 판매되며 6~7월 업계 전체 연금보험 판매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이에 KB라이프는 이달 16일 자로 상품 판매를 조기 종료했다. 사실상 '너무 많이 팔려서' 단종된 셈이다.

상품 흥행의 배경에는 금리나 공시이율과 무관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환급률을 보장하는 구조가 있다. 이름처럼 환급률이 일정 기간마다 점진적으로 상승하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5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2년을 더 유지하면 원금(납입보험료)의 100%가 보장되며, 5년 거치 시점에는 130%, 연금 개시 시점에는 최대 150%까지 수령할 수 있다. 가령 5년간 매월 100만원씩 납입할 경우 7년 뒤에는 6000만원, 10년 뒤에는 7800만원, 연금 개시 시점에는 최대 9000만원 수준의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연령은 생후 0세부터 70세까지, 연금 개시 시점은 45세부터 85세까지 설정할 수 있다. 월 납입 보험료는 납입 기간에 따라 10만~30만 원 수준으로 비교적 문턱이 낮아 접근성도 높였다. 다양한 연령대와 소득층을 겨냥한 맞춤형 설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출시 초기 KB라이프는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을 중심으로 시책 500%라는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상품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팔리자 시책을 점차 축소했지만 판매 열기는 오히려 더 커졌다. 지난 14일에는 16일 오후 6시부로 판매 종료 예정 공지를 냈고 막판 수요가 폭증하자 16일 오전 10시까지만 판매하겠다는 긴급 공지를 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다만 보험업계는 이 같은 고정형 수익 구조가 보험사의 장기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금리 하락이나 자산운용 수익률 저조 시, 고객에게 약속한 환급률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는 책임준비금을 더 많이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상품은 최근 몇 년간 보험사들이 집중적으로 판매했던 단기납 종신보험과도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짧은 납입 기간과 높은 해약환급률로 소비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보험사에는 장기적으로 역마진 우려를 키우는 상품으로 꼽혀 왔다.

KB라이프는 이번 판매 중단에 대해 "상품 설계 취지는 장기 유지에 있었지만, 일부 설계사가 고객 상담 과정에서 10년 시점의 환급률만 강조하거나 해지 시 환급률이 낮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판매 프로세스를 재정비하기 위해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기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해피콜을 진행하고 있으며 판매 채널에 대한 교육 콘텐츠도 점검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흥행보다 장기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우선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보장성 상품과 달리 저축성 상품은 회계상 책임 기간이 길기 때문에 확정형 구조는 보험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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