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한동안 발을 뺐던 예테크족이 '지금이 적기'라며 눈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연내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지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했고 은행들도 증시로 이탈하는 자금을 최대한 틀어막으려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대표상품 금리는 2.65~2.75%로 나타났다. 약 두 달 전인 지난 9월9일의 동일 조건 정기예금 금리(2.45~2.53%)와 견줘 상단 기준 0.22%P(포인트) 상승했다.
5대 은행 중에서 이 기간 예금금리 인상폭이 가장 컸던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8일 'WON플러스예금(1년)'의 금리를 2.75%까지 올렸다. 지난 9월9일(2.45%)과 비교하면 두 달 동안 0.30%P 인상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자 '예테크족'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9월 '짠물 금리'에 실망하는 금융소비자의 이탈에 약 4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이후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약 14조8000억원 넘게 증가했고 이달에도 첫주에만 7조원 넘게 불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예치 기간 동안 처음 약정된 금리로 변동 없이 목돈을 보관할 수 있다 보니 자금 유입 흐름이 수치로 나타난 것"이라며 "한 달 전만 해도 기준금리(2.50%)에도 못 미쳤던 걸 생각해보면 지금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의 '반짝 인상'은 시장금리·조달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은행권이 사용하는 은행채(1년물·AAA) 금리는 9월초까지만 해도 2.5%대 극초반에서 횡보하고 있었으나 이후 꾸준히 오르더니 지난 7일에는 2.798%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들면서 시장금리가 쉽사리 내려가지 않고 있기도 하다. 기준금리는 올 상반기말까지만 해도 연내 추가 인하가 점쳐졌으나 부동산 시장의 과열에 한국은행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3연속으로 동결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미뤄 예상하기도 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반짝 인상'이 장기간 흐름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오르긴 했으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은 이어지고 있고, 시장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만큼 연말부터는 이를 반영하면서 다시 금리가 하향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은행권은 연말 유동성 방어와 단기 자금 유치에 집중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증시 강세 속 은행 자금 이탈이 두드러지면서 목돈을 묶어두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금 만기별로 금리를 세분화하거나 은행앱(애플리케이션) 내에서 특정 미션 수행 시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방식 등의 특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신규 만큼 만기 고객의 '재예치' 여부가 잔액에 적잖은 영향을 준다"라며 "금리가 소폭만 달라져도 만기 자금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어 시장금리 흐름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