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이 있으면 정부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이나 새도약기금 지원 대상에서 탈락된다. 가상자산을 4억원 어치 보유한 자영업자가 새출발기금을 통해 1억2000만원의 부채 감면을 받은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선다.
신진창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16일 새출발기금 감사원 지적 사항에 대한 대응 방향 관련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회에서 법안심사가 진행 중인 신용정보법이 통과되면 새출발기금과 새도약기금을 운영하는 캠코(자산관리공사)가 채무자 동의 없이 가상자산 사업자로부터 가상자산 보유 정보를 받아 (보유 여부에 대한)파악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신 처장은 "새도약기금의 경우 사회적 배려자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일괄 소각하기로 했지만, 일반 채무자의 경우 일괄매입을 했더라도 신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이후 가상자산 보유 내역을 확인한 다음에 연체채권을 소각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감사원은 새출발기금 채무감면 신청자가 가상자산의 취득사실을 은닉하고 채무감면을 60% 이상 받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A씨는 지난해 7월 1억2000여만원(감면율 72%)을 감면받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4억3000여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이 3000만원 이상 감면자 1만7533명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가상자산 1000만원 이상 보유자는 269명으로 이들의 원금감면액은 225억원에 달했다.
금융위는 우선은 현행법 범위 내에서 가상자산사업자와 연계해 새출발기금 신청자의 가상자산 보유여부를 확인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향후 신정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자상자산 보유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의 또다른 지적 사항인 '고소득자에 대한 60% 이상 채무감면'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조속한 시일 안에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10월 코로나19 당시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채무부담이 과중해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새출발기금이 순채무의 60~80%를 감면해 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상, LTV(주택담보인정비율) 50% 이상인 경우가 대상자다. 이 기준에 부합한 자영업자의 부채에서 자산을 뺀 순부채에 대해 최소 60% 이상의 감면을 해준 것이다.
신 처장은 "절대적인 소득 수준이 아니라 DSR과 LTV 기준으로 상대적인 소득 능력과 부채 규모를 따지다 보니 고소득자도 지원 대상이 포함 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감사원 지적에 따라 소득과 자산 수준에 따라 원금 감면 수준을 차등화 할 것"이라며 "실제 운영사례와 잠재적인 상황 등을 감안해 구간별로 원금 감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빨리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이 새출발기금 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새도약기금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새도약기금은 5000만원 이하 빚을 7년 이상 연체한 개인의 채무에 대해 100% 탕감이나 채무조정을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 신 처장은 일축했다. 새도약기금의 경우 중위소득 125%를 넘어서면 아예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소득 수준에 따라 소각 및 탕감이 되거나 분할 상환 및 채무조정이 이뤄진다. 상대적인 소득 및 부채 기준으로 채무조정을 하는 새출발기금과 방식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금융위는 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보유 여부 등을 철저하게 확인하기 위해 신정법이 통과된 이후 새출발기금이 일괄매입한 채권을 소각하기로 했다.
다만 도박빚 등 사행성 자금을 심사에서 거를 수 있냐는 질문에 신 처장은 "신정법이 개정되면 가상자산이나 비상장주식 자산 조회는 법률상 가능하지만 도박장 개설자의 정보를 식별하는 것은 어렵다"며 "법률상 근거를 둘 수 있는 최대치 범위에서 (보유 자산을)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