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시차 있는 이익, 시차 없는 배당

이창명 기자
2026.04.06 05:1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을 비롯한 보험회사CEO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생명보험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이 금감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2.2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혹시 우리 회사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들어오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DB손해보험 사이에 생긴 갈등을 지켜본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주주환원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지만 요구의 수준이 회사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을 저해할 정도로 커질지 모른다는 우려다.

DB손보의 소액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 이 회사 주주총회 등을 앞두고 주주환원률 50% 확대 등을 요구하며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2명을 추천했다. 이에 정종표 DB손보 대표는 주주서한을 통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자본이익률(ROR) 중심의 자본 관리 정책은 경영 유연성을 제약하고,장기적으로 주주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호소했다.

주주입장에선 상장사의 자본 효율성을 높이고 주주환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업의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보험업계의 반박도 타당하다.

보험업의 가장 큰 특성은 수익 실현이 매우 장기적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2023년부터 국내에서 IFRS17(신회계기준)이 도입된 이후 보험사의 이익 구조가 현재보단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었다.

IFRS17 체제 핵심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은 보험계약 시 예상되는 미래이익을 회계상 현재가치로 쌓아둔다. 보험사의 당기순익은 이렇게 쌓인 CSM에서 10% 정도 떼어내 인식한다. 당장 이뤄진 보험계약 자체가 곧바로 회사의 이익으로 잡히지 않아 현재 시점의 회계상 이익과 실제 가용 현금 흐름 사이에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보험료는 수십 년에 걸쳐 들어오고, 사고 발생 시 지급해야 할 보험금 역시 장기적인 불확실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보험업은 다른 산업과 큰 차이가 있다.

쌓아둔 자본은 보험사의 사금고가 아니라 고객의 손실이나 손해에 대비해둔 안전망이다. 이마저도 금리나 손해율 등 상황에 따라 쉽게 증발한다. 그래서 금융당국은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같은 건전성 지표를 면밀하게 들여다 보고 기준에 미달하는 보험사엔 강력한 페널티를 준다. 이러한 구조를 무시하고 단기적인 주가부양을 위해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한다면 보험사의 자산건전성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

DB손보의 올해 주총에선 불과 지분 1.4%를 보유한 얼라인파트너스가 제안한 감사위원 1명이 선임됐다. 보험업계에서 주주 제안 이사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도 주주들은 당장 주가를 끌어올릴 주주환원 강화를 요구하고 보험사는 '무리한 주주환원'이 가져올 고객들과 미래 주주들의 피해를 막아야 하는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가 올해 DB손보의 주총을 보면서 남일 같지 않게 느끼는 이유다.

하지만 현실이 이렇다면 보험사의 대응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주주들의 요구를 단순히 경영권을 위협하는 과도한 개입으로 간주하기보다 자본 효율성을 점검하고 지배구조를 고도화하는 기회로 삼는 지혜도 필요하다. 보험업의 본질인 '장기 안정성'과 시장의 요구인 '주주환원'이 속도를 맞춰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금융당국도 주주들의 요구가 보험사의 재무안정성과 자본력이 훼손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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