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로 수조원의 배상금·과징금 부담을 안은 은행권이 보통주 자본비율(CET1) 추락은 막을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재발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손실사건에 대해 자본비율 산정시 운영리스크를 최장 10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반영하기로 해서다. 보험업권도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펀드 투자나, 적격 벤처투자시 적용하는 위험계수를 현행 49%에서 각각 20% 이하, 35% 수준으로 대폭 낮춘다.
자본비율 규제 완화에 따라 은행과 보험업권의 자금 공급 여력이 최대 98조7000억원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주재로 제5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은행·보험 자본규제 합리화 방안을 밝혔다. 자본규제를 완화해 확보된 여유 자금이 생산적 분야로 갈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은행의 경우 보통주 자본비율 산정시에 운영·시장·신용 리스크 규제를 합리화한다. 보통주 자본비율은 위기시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자본력으로 보통주 자본(분자)을 위험가중자산(분모)으로 나눠 계산한다. 위험가중자산은 신용·운영·시장 리스크 등 3가지를 합산한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손실사건에 따른 운영리스크 규제를 합리화 하기로 했다. 홍콩 ELS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은행권은 1조4000억원 규모의 자율배상과 함께 향후 1조원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거액의 손실 사건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는 운영리스크를 향후 10년간 반영해야 한다.
금융위는 그러나 재발 가능성이 낮은 대규모 손실사건이라면, 운영리스크 반영 기간을 3년으로 단축키로 했다.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고, 충분한 보상 완료, 법률쟁송 종료 등 잔여 법률리스크가 해소되는 경우 손실사건 금감원의 배제 심사를 통해 운영리스크 산출에서 제외하게 된다. 이달 말부터 은행의 승인 신청서를 접수해 심사를 할 예정이다. 이같은 손실사건 배제는 글로벌 사례가 없고 국내가 첫 시도다.
운영리스크 손실인식 방식이 바뀌면 5대 은행지주의 보통주 자본비율이 최대 0.26%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펀드, 디스커버리펀드 등 대규모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로 거액의 배상금과 과징금 부담을 안았던 은행들의 자본비율이 개선되는 효과가 날 수 있다. 다만 홍콩 ELS는 과징금 확정 후 3년이 지나야 운영리스크 배제가 가능하다.
금융위는 또 단기 재무적 투자가 아닌 해외진출 목적으로 해외 장기 지분투자를 하는 경우 구조적 외환포지션으로 승인, 환율 변동에 따른 시장리스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해외점포 이익잉여금도 일부는 시장 리스크에서 제외한다. 이같은 시장리스크 합리화로 5대 은행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약 0.12%P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 자본비율 산정 방식이 바뀌면 최대 74조5000억원의 자금공급이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추가 상향 등의 자본규제와 스트레스 완충자본 도입 시기 등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보험업권도 실질적인 위험수준에 비례해 요구자본을 산출할 수 있도록 위험계수를 합리화 한다. 위험계수가 낮아지면 요구자본이 줄어 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인 K-ICS가 상승하는 효과가 난다.
보험사가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프로그램 투자 시 위험계수를 49%(비상장주식 등)에서 20% 이하로 낮춘다. 특히 정책프로그램에 10년 이상 투자계획을 수립하면 장기보유 특례(위험계수 20%)도 추가 적용된다. 정책펀드를 통해 첨단산업 비상장기업에 10년 이상 투자 한다면 결과적으로 현행 49%인 위험계수가 16%로 대폭 떨어지는 효과가 난다.
적격 벤처투자에 대한 위험계수는 49%에서 상장주식 수준인 35%로 낮추고, 인프라 특례(위험계수 20%)가 적용되는 적격 인프라의 범위를 기존 도로, 항만 등 공공서비스 등에서 신재생에너지, AI(인공지능) 기반시설 등으로 확대한다. 변동금리 자산에 대해 '매칭조정' 제도를 활성화 하는 방식으로 보험부채를 줄이는 제도도 도입된다.
정부의 일부보증 인프라 대출의 경우 해당 보증분은 무위험(위험계수 0)으로 분류하고, 레버리지펀드와 블라인드펀드 등 펀드 관련 주식·신용위험액은 줄이기로 했다. 다만 담보인정비율(LTV) 60%~80%에 해당하는 주담대에 대한 위험계수는 현행 3.5%에서 은행권 수준인 4.0%로 올린다.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의 자본규제가 개선되면 최대 24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올 상반기까지 감독규정과 시행세칙을 개정해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자본규제 합리화로 총 98조7000억원의 추가 공급여력이 확보된다"며 "이번 조치는 일종의 '정책 추경조치'로 추가 자금공급 여력이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