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이름 '홍길동'에 돈 보냈는데…보증금 8억 가로챈 '삼행시 단체통장'

김도엽 기자
2026.05.28 10:22

개인 이름처럼 보이는 이른바 '삼행시 단체통장'이 전세사기와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되면서 금융당국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앞으로 금융권은 단체 계좌에 '(단체)' 표시를 추가해 소비자가 개인 계좌와 구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8일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를 통해 개인명의를 사칭한 '삼행시 단체통장'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행시 단체통장은 개인 이름처럼 보이도록 임의단체명을 만든 뒤 해당 명의로 개설한 계좌를 말한다. 예를 들어 '홍은동에서 길을 넓히는 동민들의 모임'을 줄여 '홍길동'이라는 단체명을 만드는 방식이다.

현행 금융실명법상 금융회사는 실지명의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개인은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에 적힌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동창회·친목회 같은 임의단체는 세무서가 발급한 고유번호증상 단체명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문제는 개인 이름처럼 보이는 단체 계좌가 각종 금융사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이름과 같은 임의단체를 만든 뒤 단체통장으로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 약 8억원을 받아 가로챈 사례도 발생했다. 임차인들은 계좌주명이 계약서상 임대인 이름과 동일해 의심 없이 돈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해 금융권 계좌관리 방식 개선에 나선다. 우선 개인 성명으로 오인 가능한 단체명이 계좌 개설을 신청할 경우 금융회사가 사기 예방에 각별히 주의하도록 지도했다. 또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앞으로 임의단체 계좌 발급 시 단체명 옆에 '(단체)'를 표시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송금 화면의 계좌주명이 기존 '홍길동'에서 '홍길동(단체)'처럼 표시된다. 은행권은 오는 6월 중 시행하고 이후 중소금융권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특히 전세보증금 등 거액 송금 시 거래 상대방이 개인임에도 계좌명 옆에 '(단체)' 문구가 있다면 개인 계좌가 아닌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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