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투자도 하지 말라"는 자산운용 사전규제는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험 자회사에 대한 투자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한 보험업법과 함께 금융 계열사가 비금융 동일 계열사 주식을 10% 이내로만 보유하도록 한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이 대표적이다. 각각 2003년, 1997년에 만들어진 '사전 규제'다.
엄격한 사전 규제는 삼성전자의 '밸류업'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금산법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10.0%) 만큼 보유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은 즉시 확정하지 않았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최대주주인 삼성 금융계열사의 보유 지분이 금산법에서 허용하는 10%를 초과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별도 승인이 없다면 10% 초과분은 즉시 매각해야 하는데, 이는 그룹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문제다.
주주권 강화와 금산법이 정면충돌하면서 "자사주 소각에 한해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30여년 전인 외환위기 시절 만들어진 금산법 재논의가 필요하지만 "과연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회의적인 시각도 작지 않다.
보험업법 106조의 자회사 주식·채권 투자한도 규제 역시 삼성 금융계열사에겐 '아킬레스건'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계열사 투자한도 여유분은 6조원에 육박(5조8000억원)할 만큼 넉넉하다. 다만 삼성전자 보유 지분 10%를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면 투자한도 규제를 훨씬 넘는다. 보험사는 다른 업권과 달리 주식의 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원가로 평가하다보니 한도 규제를 초과하지 않고 있는 것이지만 '삼성 특혜'라는 공격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시가냐, 원가냐"보다 투자한도라는 사전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검토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의 솔벤시II 에서는 자산운용 한도를 별도 규제하지 않고, 자산운용의 위험성 등을 사후적으로 규제한다. 우리로 치면 킥스(K-ICS)로 규제 한다. 그밖에도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 공정거래법, 지배구조법 등 엄격한 사후 규제가 이중삼중으로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대공황 이후 산업 자본과 은행이 얽혀 동반 부실화 된 경험에서 금산법이 나왔지만 금융당국이 촘촘하게 관리하는 현 시점에서 과거 논리를 교조적으로 적용하는게 맞는지 다시봐야 한다"며 "'너희는 아예 사귀지도 말라'는 식의 사전적 규제가 필요한지, 사귀는건 허용하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강하게 묻는 사후규제로 갈 것인지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