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금융위는 과징금 무조건 때린다?..."소명기회·반론권 보장"

권화순 기자, 박광범 기자
2026.09.17 04:50

[MT리포트]엄벌행정의 '일방통행' ⑥규제기관의 엄벌주의 항변

[편집자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 기관의 '엄벌주의' 행정이 기업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도 전에 막대한 과징금을 비롯한 행정제재는 사실상 기업에 형벌과 다름없는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법원에서 처분이 취소되거나 정부가 패소하더라도, 기업들은 이미 '반사회적 유죄 기업'이란 낙인이 찍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주주, 노동자의 몫으로 남는다. 행정처분이 사법 판결처럼 군림하는 현 상황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흔드는 등 엄벌 행정의 '일방통행'만 남는다. 머니투데이가 무리한 행정 처분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작용을 짚어본다.
(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 12일 공정거래위원회가 4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4,083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위 제당사들이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음료나 과자 제조사 같은 기업용 설탕의 판매가격을 담합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설탕의 모습. 2026.2.12/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호윤 기자

규제당국의 '엄벌행정'에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지만 규제당국도 할 말은 있다. 최근 설탕 담합이나 밀가루·전분당 담합 등 막대한 과징금이 나온 사건 대부분은 위법행위 기간이 오래된 사안으로 관련 매출액이 불어난 과징금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절차적으로 피심인측의 반론권 보장을 위한 절차도 마련돼 있다는 해명이다.

16일 정부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와 관련해 11개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심제를 적용했다. 지난 2018년 도입된 대심제란,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금감원의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인 금융회사가 동등한 자격으로 위원들 앞에 참석해 대립 토론을 하는 심의 방식을 뜻한다.

과거에는 재재심에서 검사국 직원이 먼저 입장을 밝히고 안건을 보고한 뒤 퇴장하면 이후에 제재 대상자가 나중에 들어가 진술하는 형태로 운영돼 진술권 보장이 미흡했다. 대심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동시 참석과 실시간 공방을 통해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한다.

홍콩 ELS의 경우 금감원 제재심은 당초 1조4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금융위원회의 보완 요청에 따라 과징금이 6000억원대로 낮아졌다.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조정한 이유는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배상 노력 등을 반영해서다. 더구나 투자자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은행이 승소한 것도 제재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금융당국도 행정제재를 할 때 절차적인 정당성 뿐 아니라 수용가능성 등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송에 가면 결국 법리 싸움을 해야 한다"며 "피심의인이 불복해 법정다툼으로 가면 공정위의 논리가 낱낱이 파헤쳐지기 때문에 공정위가 터무니 없는 논리를 적용하면 법리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최대한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심의 과정에서 피심인측의 소명을 충분히 듣는 과정을 거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과징금이 역대급으로 불어난 이유는 담합 사건의 경우 위법 행위 기간 오래됐기 때문이다. 제당 3사에 부과된 설탕 담합의 과징금은 3900억원에 달했다. 담합 기간이 오래될 수록 관련 매출액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과징금이 커진다. 최근 공정위 제재 수위가 너무 높다면서 "이례적 제재" "피심인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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