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벤처 선진화 대명사? '요즈마펀드' 거품

전병윤 기자
2015.04.15 06:00

요즈마펀드는 정부 벤처정책의 주요 키워드다. 지난해 2월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결성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부터다. 1993년 이스라엘 정부의 자금을 종잣돈 삼아 만든 요즈마펀드는 미국 벤처캐피탈(VC)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자국 벤처기업에 투자,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며 90년대 이스라엘 벤처산업 전성기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우리 정부도 이스라엘의 벤처산업 활성화를 이끈 요즈마펀드를 본떠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수 VC와 공동으로 펀드를 결성, 국내 벤처기업 투자를 진행하는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통해 창조경제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2월 이후 한국형 요즈마펀드 조성 계획은 빠른 속도를 내며 의욕적으로 추진됐다. 중소기업청은 6개월여만인 지난해 9월 실리콘밸리 상위권 VC인 DFJ와 월든인터내셔날과 함께 한국형 요즈마펀드의 첫 출범을 알리는 MOU(양해각서)를 맺었다. 올 2월에는 중국 VC업계 2위 업체인 IDG캐피탈과 1000억원 규모의 한국형 요즈마펀드 추가 결성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내놓았다.

정부가 벤처산업 선진화를 이끌 정책으로 한국형 요즈마펀드를 내세우자 '원조'격인 이스라엘 요즈마그룹도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2002년 이후 13년간 펀딩을 한 적이 없었던 요즈마그룹은 긴 동면에서 깨어나듯 3년내 1조원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한국 벤처창업을 육성하는 '요즈마 스타트업 캠퍼스'도 조성한다는 장밋빛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요즈마그룹의 계획 중 실현된 건 없다.

우리 정부가 잊혀져 가던 요즈마펀드를 되살려 준 셈이다. 정부 부처 한 관계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를 앞두고 요즈마펀드란 명칭을 벤처정책에 넣기 위해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며 "정책 실무진에서는 요즈마펀드가 알려진 것보다 거품이 있는데다 우리나라는 이미 2005년부터 요즈마펀드보다 훨씬 규모가 큰 모태펀드를 운영하고 있어 요즈마란 단어를 포함하려는 안에 반대했었다"고 귀띔했다.

과거 자본시장연구원도 분석자료를 통해 비슷한 견해를 냈다. 한국형 요즈마펀드 도입보다 모태펀드를 역할을 강화하고 개선하는 편이 국내 벤처산업 현실에 더 효과적이라며 과도한 벤치마킹을 경계한 점을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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