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연구기관이 난연 패널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국내에서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독점 권한을 가진 이곳은 해당 기술에 대한 성능 시험을 역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합격점을 준다. 이렇게 합격점을 받은 기술로 특허 등록을 무난히 마친 뒤 관련 업체들에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어 판매토록 한다. 그렇게 발생한 매출의 일정 비율은 특허료 명목으로 챙긴다.
한술 더 떠 이 연구기관은 정부가 가짜 난연 패널 근절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진행한 단열재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고, 제조사를 대상으로 한 현장 평가작업에도 참여한다. 이 모든 과정은 연구기관에 붙은 '정부 산하'라는 타이틀의 후광 덕에 아무런 제재 없이 진행된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행보로 최근 논란이 된 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설연) 얘기다.
관련 업계는 물론, 학계 등 전문가 집단과 시민단체까지 건설연의 이 같은 전횡을 질타하고 나섰다. 특히 건설연이 단열재 제조업체들에 특허 사용을 독려해 특허료를 챙긴 부분과 이 특허를 바탕으로 만든 제품들은 건설연의 모니터링 사업을 통한 품질 조사에서 모두 합격점을 준 부분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 사업 등 제도 및 정책 개선에 나섰던 정부 입장에서는 건설연 논란으로 공정성에 흠집을 입은 셈이다.
건설연은 반박자료를 내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올해 모니터링 사업에서 건설연이 배제되는 것으로 최근 결론이 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뒷맛은 여전히 씁쓸하다. 해당 기술 개발 및 특허 등록, 특허료 수취 등 모든 과정에 관여했던 건설연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등 마땅히 이뤄졌어야 할 후속조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굳이 인책론의 필요성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번 논란으로 가짜 난연 패널을 근절하려던 단열재 모니터링 사업은 그 실효성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고, 국민의 혈세만 낭비한 꼴이 됐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유책 당사자에게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묻고 유책 당사자 역시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 유책 당사자가 정부 기관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일반화된 사회에선 똑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