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적자 누적·PGA 교착·전략 재편…복합 위기 맞은 LIV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1일 인천 연수구 잭니클라우스CC에서 LIV 골프 코리아 프로암 경기에서 존 람이 18번홀 티샷을 하고 있다. 2025.05.01. photo@newsis.com /사진=전진환](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416114258632_1.jpg)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를 발판으로 미국·유럽 중심의 골프 질서에 도전장을 던졌던 LIV골프가 출범 4년 만에 존속 가능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요 외신들은 최근 PIF가 2026시즌 이후 LIV골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콧 오닐 LIV골프 최고경영자(CEO)는 "계획대로, 중단 없이, 전속력으로 진행된다"고 반박했지만, 이 발언은 역설적으로 2026년 이후의 불확실성을 더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범 초기 LIV골프는 유명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존 람(3억 달러), 필 미켈슨(2억 달러), 브룩스 켑카(1억3000만 달러), 브라이슨 디섐보(1억2500만 달러) 등 메이저 챔피언 출신을 대거 끌어들이며 단기간에 골프계 판도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제 LIV골프는 '무제한 오일머니' 실험 단계를 지나, 가시적인 사업 모델과 자생력을 증명해야 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최근 불거진 LIV골프 위기설의 배경과 향후 시나리오를 짚어봤다.

LIV골프의 비(非)미국 사업을 총괄하는 영국 법인 'LIV골프 유한회사(LIV Golf Ltd)'가 최근 공시한 2024 회계연도 연결 재무제표는 이 사업의 상업적 지속 가능성에 경고등을 켰다. 이 법인은 미국 외 지역 골프 이벤트와 13개 팀 운영을 담당한다.
2024년 이 법인의 매출액은 6491만 달러로 전년 대비 75% 성장했다. 외형상 성장세는 분명하지만, 매출 원가는 5억 35만 달러에 달했다. 매출액의 약 7.7배에 달하는 비용을 쓴 셈으로, 매출총손실은 4억 3543만 달러를 기록했다. 1달러를 벌기 위해 약 7.71달러를 지출하는 구조다.
LIV골프가 출범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비(非)미국 사업 부문에서 누적된 순손실은 약 11억 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모기업 PIF의 자금 수혈로만 버텨왔다는 의미다. 2024년 말 기준 순부채는 6127만 달러였고, 같은 해 PIF로부터 신주 발행 대금 명목으로 4억2370만 달러가 유입됐다. 감사법인 언스트앤영(EY)은 적정의견을 유지하면서도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중요한 불확실성(Material Uncertainty)이 존재한다"고 별도로 강조했다.
수익 구조도 취약하다. 2024년 방송권 수익은 275만 달러, 스폰서십 수익은 1712만 달러, 티켓·호스피털리티 수익은 1318만 달러에 그쳤다. 2025년 1월 FOX와 다년 중계 계약을 체결하며 미국 내 유통망을 넓혔지만, 공개된 2024년 수치만 보면 중계권이 리그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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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격차도 여전하다. 2025년 4월 LIV 마이애미 최종 라운드는 평균 48만4000명으로 LIV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같은 날 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 오픈의 NBC 중계는 평균 175만 명을 끌어모았다. 화제성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상업적 파급력에서는 기존 투어와의 격차가 여전하다. 여기에 선수 배상 및 소송 관련 충당부채도 2024년 말 기준 1933만 달러가 잡혀 있다.
다만 LIV골프가 당장 붕괴 직전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LIV 경영진은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증가했으며, 2026년 시즌 수익은 2025년 동기 대비 1억 달러 앞서 있다고 주장한다. 롤렉스·HSBC·세일즈포스·퀄컴·언더아머·셀시어스 등 주요 파트너사의 후원 규모는 전년 대비 40% 늘어 5억 달러를 넘어섰고, 티켓 판매는 129%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LIV골프 측의 주장이며, 영국 법인 공시처럼 독립적으로 검증된 수치는 아니다.

사우디의 투자 기조 변화도 변수다. PIF는 공식적으로 2026~2030 전략을 '급속한 확장'에서 '가치 실현' 단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수익성과 효율성, 투자 회수 가능성을 더 중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기조 아래에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온 LIV골프가 과거처럼 무제한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는 LIV골프가 출범 당시 내걸었던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는 배경도 깔려 있다. LIV골프는 PGA 투어 중심의 골프 질서를 흔들고, 사우디의 국가 브랜드를 국제 스포츠 무대에 각인시키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워싱' 논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는 골프를 통해 글로벌 스포츠 거버넌스에서 협상력을 확보했다.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된 시점에서, PIF가 수익성 없는 사업에 계속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유인이 약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실제 사우디의 국가 전략에서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승인한 6대 통합 경제 생태계 명단에서 골프는 독립 부문으로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2034년 FIFA 월드컵 유치를 겨냥한 축구와 e스포츠가 전략적 우선순위로 부상했다. 네옴(Neom) 같은 국내 메가 프로젝트가 천문학적 자금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PIF는 해외 투자 비중을 18~20% 수준으로 축소하고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부 분석도 비슷한 방향을 가리킨다. 아랍걸프국가연구소(AGSI)는 PIF가 공개한 누적 수익률 수치를 바탕으로, 2024년 PIF 수익률이 사실상 0%에 가까웠다고 해석했다. 같은 해 S&P500 지수가 약 25%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성과다. 최근 사우디가 자국 축구 클럽 알힐랄 지분 70%를 매각한 사례 역시, 수익성 제고와 자본 재배치 압박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이것이 곧바로 LIV골프 철수 확정을 의미하진 않는다. 적어도 과거처럼 무한정 비용을 감수하는 투자자 역할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는 해석은 가능하다. LIV골프가 더 이상 단순한 장기 국가 프로젝트가 아니라, 성과를 설명해야 하는 투자 자산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PGA 투어와의 교착도 LIV골프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
2023년 6월 발표된 PGA 투어·DP월드투어·PIF 간 프레임워크 합의는 남자 프로골프 질서를 재편할 역사적 전환점으로 받아들여졌다. 수년간 법적 분쟁과 여론전을 벌이던 당사자들이 하나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겠다고 밝힌 사건이었다.
당시 구상 초안에 따르면 공동 소유의 영리법인을 설립하되, 운영은 PGA 투어가, 지분과 투자는 PIF가 담당하는 구조였다. 이사회 의장은 야시르 알루마얀 PIF 총재가, CEO는 제이 모나한 PGA 투어 커미셔너가 맡고, PIF는 신규 자본 투자에 대한 우선 거부권을 갖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2026년 4월 현재까지 최종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통합은 여전히 선언 단계에 머물러 있고, PGA 투어와 LIV골프는 별도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는 단순한 협상 지연이 아니라, 애초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PGA 투어가 원한 것은 시장 재통합과 소송 리스크 축소, 기존 투어 질서의 회복이었다. 반면 PIF는 LIV골프를 통해 쌓은 영향력과 브랜드, 선수 자산을 합의 이후에도 유지하길 원했다. 두 목표가 하나의 구조 안에서 공존하기 어렵다는 점이 협상을 멈춰 세웠다.
![[오거스타=AP/뉴시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2일(현지 시간)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90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정상에 올라 그린 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매킬로이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연패를 기록했다. 2연패는 타이거 우즈 이후 24년 만에 나온 역대 4번째 대기록이다. 2026.04.13. /사진=민경찬](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4/2026042416114258632_5.jpg)
상황은 PGA 투어 쪽에 다소 유리하게 흘렀다. PGA 투어는 2024년 전략적 투자자 그룹(SSG)으로부터 최대 30억 달러를 유치하며 급한 불을 껐고, 선수 지분 프로그램을 포함한 새로운 상업 구조도 마련했다. 덕분에 PIF와의 조속한 합의 필요성도 낮아졌다. 반면 PIF 입장에서는 협상이 길어질수록 LIV골프 운영비 부담만 커지는 구조가 됐다. 최근 제기되는 'LIV 지원 축소설'의 배경으로 이 비대칭 구도가 거론되는 이유다.
정치·규제 리스크도 여전하다. 미국 법무부(DOJ)는 이번 거래가 프로골프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선수들의 노동시장 경쟁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미 의회에서도 사우디 자본의 미국 스포츠 산업 침투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문제 삼고 있다. 합병이 지연될수록 LIV골프의 전략적 가치는 떨어지고, PIF의 비용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LIV 소속 일부 주요 선수들이 PGA 복귀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간판급 선수들의 거취가 흔들리면 리그의 흥행력과 협상력도 함께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에 LIV골프는 출범 초기만 해도 단순한 스포츠 사업이 아니었다. 글로벌 스포츠 질서 한복판에 진입하고, 기존 골프 권력을 흔들며, 국제 사회에서 자국의 존재감을 재정의하는 상징적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실제로 LIV골프는 출범만으로도 골프계 전체의 권력 구조를 뒤흔들었고, PGA 투어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돈으로도 스포츠 질서를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세계 시장에 각인시킨 셈이다.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애초부터 LIV골프를 사우디의 대표적 '스포츠워싱' 사례로 규정해 왔다. 국제앰네스티도 2034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사우디는 이제 LIV골프 하나에 기대지 않아도 될 만큼 더 큰 스포츠 자산을 확보해가고 있다. 2024년 12월 FIFA로부터 2034 남자 월드컵 개최권을 공식 확정받으면서, 국가 이미지 제고와 글로벌 스포츠 중심국가 포지셔닝이라는 목표 면에서 LIV골프보다 훨씬 상징성이 큰 자산을 손에 넣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포츠워싱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뒤 LIV골프의 전략적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하나다. LIV골프가 막대한 운영 적자를 감수할 만큼 새로운 전략적 이익을 계속 만들어내고 있느냐 여부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LIV골프는 상징의 시대를 지나 사업성과 효율, 지속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받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전면 통합 대신 제한적 협력이다. 특정 대회 출전 체계, 선수 이동 규정, 공동 이벤트, 상업 제휴 등 부분적 접점을 늘리면서 전체 통합은 미루는 방식이다. 둘째는 LIV의 축소 재편이다. 팀 골프나 국제 이벤트 사업 등 일부 자산만 남기고 리그 자체의 확장성을 줄이는 시나리오다. 셋째는 장기 교착이다. PGA 투어는 독자 체제를 유지하고, PIF는 LIV 및 관련 골프 사업에 대한 일정 수준의 지원을 유지하되 구조 개편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현 시점에서 어느 하나가 확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있다. LIV골프는 이제 상징만으로 유지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출범 초기에는 사우디의 의지만으로도 리그의 미래를 설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업성과 효율,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냉정한 평가 국면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