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애나 키우고 살림이나 하지…' 이런 사회적 인식이 여전합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는 상태에서 2년 전 창업에 나선 이유미 엄청난벤처 대표(36)는 여성CEO로서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단체급식 식사량 예측 서비스 '머글라우'를 개발해 '2013 대한민국 미래창조과학 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관심을 받으며 시작했지만 여성, 그것도 '아줌마'를 보는 사회적 인식에 부딪혔다.
그는 대기업 관계자 등과 미팅을 하면서 "혹시 남편이나 다른 사람이 실질적인 대표가 따로 있고 당신은 얼굴 마담 아니냐?", "학력과 경력이 좋으니까 대표 맡은 거 아니냐", "여성 대통령 시대여서 지원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창업한 건 아니냐" 등 사회적 편견에 갇힌 질문을 수없이 받아 왔다. 그는 "상대방을 앞에 두고 굉장히 실례되는 말을 거침없이 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주부CEO는 외부에서뿐만 아니라 안에서도 치인다. 집에서도 죄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시작할 때 제일모직 인사부에 근무했던 만큼 남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을 박차고 나와 가족들의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며 "육아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남 여수에 있는 친정에 초등학생 아이 둘을 맡겨놓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밤에 내려가 아이들을 보고 일요일에 올라오는 생활을 3년째 하고 있다. 항상 볼 수 없으니 아이로부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그는 "한 번은 초등학생 1학년인 아들이 친구들에게 '너는 엄마 없어? 왜 맨날 할머니랑 와?'라고 질문을 받았다더라. 그래서 아들이 '엄마는 서울에 돈 벌러 갔다'고 하자 '거짓말이다. 엄마 도망간거다'라며 짓궂은 장난을 쳤다더라"며 "아들이 울면서 '엄마 도망간거냐'고 묻는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온갖 난관을 경험한 만큼 '생존력'이란 강점이 생겼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그는 "집안의 모든 반대에도 육아도 포기하고 창업한 만큼 압박감과 부담이 훨씬 크다"며 "절대 실패해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악물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1인 창업으로 시작해 창업 3년차가 된 엄청난벤처는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주부CEO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고객사들도 서비스 결과를 보고 이 대표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머글라우' 서비스는 앱을 통해 사용자가 식사여부, 메뉴 등을 선택하면 이에 따라 준비하는 음식량을 예측해 내다버리는 잔반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실제로 한 기업 급식업체의 경우 매일 100인분에 가까운 잔반을 버리다 4~5인분으로 그 수를 대폭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현재 고객사는 청와대, 한화그룹 등 13군데로 점차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벤처캐피탈 더벤처스로부터 3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 특히 주부CEO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집안일, 육아 등의 개인적인 일을 비즈니스계에서 이해해주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또 바라지도 않는다"며 "다만 '집에서 애나 키우고 살림이나 하라'는 식의 인식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