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는 상속세를 물리지 않는다. 가업승계에 우호적이다. 하지만 오너일가의 경영상 책임은 확실히 가려낼 수 있는 제도도 공존한다. 가업 승계 후 최소 8년 이상 비즈니스를 이어가야 하고, 경영책임자를 외부에서 고용해야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고용승계도 지켜져야 한다."
2013년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의 소도시 '본'에서 만난 필립 클라이스 대표의 말이다. 그는 독일에서 130년 넘게 세계 최고의 파이프오르간을 만드는 기업 '클라이스'를 4대째 이어가고 있다.
필립 클라이스는 회사 곳곳을 소개하며 마이스터들은 30년 이상 이 곳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작업장에 나와 뛰어놀 때부터 일하던 분"이라며 "지금은 저 마이스터가 대여섯명의 직원을 직접 가르치며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독일과 같은 '아름다운 가업승계'와 '명문장수기업 육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명문장수기업'을 지정하는 법(중소기업진흥에관한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45년 이상 된 기업을 대상 중 명문장수기업을 지정해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명문장수기업제도의 가장 큰 대상군인 중견기업들은 환영하고 있다.
하지만 중견기업들은 '고용승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여전히 '부담'으로 생각하는 모양새다. 한 중견기업의 2세 대표는 "회사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고용을 수년간 다 유지한다고 미리 약속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가업승계는 '회사'와 '자본'의 승계만을 의미하는 셈이다.
최근에는 한 술 더 떠 뿌리산업에 파견직 고용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은 경기에 따른 생산물량의 변화가 커 인력규모를 상시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파격직 직원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독일 정부가 가업승계에 우호적이고,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것은 가업승계가 단순히 회사와 자본의 대물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과제인 고용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가업승계기업들 역시 세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기꺼이 수용한다. 독일처럼 100년 이상 가는 '부끄럽지 않은' 명문장수기업들이 국내에서도 탄생하려면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