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중고참' 중소기업이 원하는 X마스 선물

박계현 기자
2015.12.25 03:20

"중견기업에 지분 30%를 넘기고 투자를 유치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니까 경영권을 넘기라는 식으로 나와서 한 해 내내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인천 지역 중소기업 A업체 대표)

"해외 디자인상도 받았지만 당장 초기 물량 5만대 찍기도 부담스러워서 단가를 못 낮추고 있습니다. 새해엔 투자를 받아서 현재 3000대 찍는 제품의 단가를 내리는 게 목표입니다." (수원 지역 중소기업 B업체 대표)

최근 방문한 중소기업 대표들의 말이다. 이들은 5년차에서 12년차 정도의 기업들을 경영하고 있다. 10명 내외 직원을 두고 있으며, 정부 과제를 수행해 연 매출 10억원 안팎을 올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개발자나 엔지니어 출신인 대표들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느라 창업 초기에는 판로 확보에 크게 신경쓰지 못했다"고 말한다. 정부 과제를 수행하면서 B2G(정부)로 박힌 '굳은살'이 B2B(기업), B2C(소비자) 시장으로 이행하는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됐다.

뒤늦게 마케팅이나 영업전문가를 영입하려 해도 기업에서 인건비를 부담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투자처를 물색하자니 기업가치를 형편없이 낮게 매기거나 독소조항이 들어가 있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올 상반기 벤처펀드 신규 투자액은 9569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벤처붐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다. 통상 하반기에 투자가 몰리는 경향을 감안하면 올해 벤처펀드 신규 투자규모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벤처·창업붐은 정부가 2013년 이후 총 10여차례 발표한 벤처 활성화 대책과 무관하지 않다. 일부에선 '과보호'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반면 '데스밸리'(창업 이후 3~7년에 어려움에 직면하는 현상)를 지나는 중소기업들의 상대적 소외감은 깊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자금운용이 빠듯한 중소기업들에 1억~2억원은 생명수나 다름없는 금액이지만 민간 투자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 거래선이 없으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3년간 해외전시회를 돌고 있다는 중소기업 대표의 외침이 아직도 귓가를 울린다. "아이디어만 있는 스타트업보다 이미 개발된 제품과 특허를 갖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게 더 합리적 판단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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