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부의 창업지원, '대박'과 '쪽박'의 차이는?

김하늬 기자
2016.01.12 15:11

2012년 첫 창업에 도전한 A씨는 이듬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선발됐다. 음악을 전공한 그는 IT기술을 활용한 휴대용 악기를 사업아이템으로 잡았다. 창업사관학교 1년 동안 A씨는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품질에 공을 들이다보니 가격이 비쌌다. 현재 A씨는 제품 생산을 하지 못한 채 회사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A씨가 '먹고 살기' 위해 두 번째 창업에 도전했는데 이게 그야말로 '대박'을 냈다. A씨가 개발한 휴대폰 액세서리는 출시 이후 90%가량이 해외에서 판매됐다. 디자인에 마케팅을 더하면서 이 제품은 지난해 7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문제는 A씨의 첫 번째 창업이 두 번째 창업 확대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는 점이다. A씨는 여느 중소기업처럼 정부 지원 창업지원 마케팅프로그램이나 홈쇼핑,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 하지만 첫 번째 창업회사로 이미 '실패'의 낙인이 찍혀있어 길이 막혀있다. A씨는 "주변에선 첫 번째 창업회사를 폐업처리 하라는 조언을 하지만, 여전히 첫 번째 사업아이템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3년간 '창조경제'의 성과를 내세우고 있다. 벤처기업수 3만개, 신설법인수 9만개, 대학창업동아리수 4000개라는 숫자는 화려하다. 하지만 현장에선 창업기업의 수에 연연하지 말고 창업자를 키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서상의 '창업 아이템'이나 '사업계획서'로 순위를 매기고,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정책이 자칫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젊은 창업자들의 도전정신을 꺾을 수 있어서다.

주변을 둘러보면 실패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창업자들이 적지 않다. 백승욱 루닛 대표는 2013년부터 '팁스'에 선발된 뒤 2년 넘게 추진했던 패션 관련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 창업 아이템을 지난해 통째로 포기하고 새롭게 의료영상 진단 솔루션 개발에 나선 뒤 8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부동산 앱 1위 업체인 '직방'의 안성우 대표도 사실은 앞선 두 번의 창업 실패를 겪은 뒤 성공한 사례다.

지금이라도 한 해 12조 규모의 정부 자금이 '창업' 양산이 아닌 '창업가' 육성에 쓰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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