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내미는 모든 서류에 동의를 안 하면 거래가 안되는데 누가 거절을 하나."
전자등기 처리 과정에서 개인의 공인인증서가 위임된 형태로 쓰이는 실태가 보도되자, 누리꾼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위임서명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작성된 동의서는 면책의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일부 공인인증서 발급업체들은 공인인증서 다운로드 기능이 탑재된 전자등기 프로그램을 앞세워 영업을 벌이고 있다. 법무사 등은 해당 프로그램을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하고 참조번호와 인가코드,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면 개인의 공인인증서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이같이 발급된 공인인증서는 법무사의 컴퓨터 등에 저장될 수 있으며, 고객을 대신해 최종 서명하는 '위임서명'에 활용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 모든 내용에 대해 고객 스스로 동의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임서명을 위해선 고객이 직접 '전자서명위임장 및 개인정보 제 3자 제공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 업무 처리를 위해 은행 창구에서 수많은 서류에 서명해본 경험을 떠올린다면, 이같은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자신의 공인인증서가 타인의 컴퓨터에 저장되고 무분별한 사용과 유출, 범죄에 악용될 우려에 대해 충분히 설명 듣고 동의한 고객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직접 동의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면,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고의 책임도 이를 직접 써낸 개인에게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위임서명 논란으로 인해 전자등기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전자등기 서비스는 한 건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등기수수료 등 고객들의 비용 절감을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이같은 논란으로, "공인인증서를 위임할 바에야 차라리 안전하게 오프라인으로 등기 업무를 처리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핀테크 시대를 앞두고 개인정보 보안 문제를 기술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향후 3년간 핀테크 분야에 총 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으며, 현재 모바일 등을 통해 대리인이 진행한 전자등기 업무를 확인하고 서명하는 직접서명 기술도 개발된 상황이다. 기술 개발에 대한 고민 없이 성행하는 공인인증서 위임서명 사업에 대해 돌아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