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벤처붐' 불지펴 2년내 유니콘 20개 키우겠다"

대담=임상연 중견중소기업부장, 정리=이민하,고석용 기자, 사진=홍봉진
2018.11.26 05:00

[머투초대석]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인터뷰 "벤처창업 활성화 좋은 일자리 늘릴 것"

20일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초대석 인터뷰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을 키우려면 국내 벤처투자 환경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게 바꿔야 합니다.”

올해 2월 한국벤처투자 제5대 사장으로 취임한 주형철 사장은 “앞으로 2년 안에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도 투자하고 싶어하는 유니콘 기업 수를 2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벤처투자는 벤처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기관이다. 올해 3분기까지 4조297억원을 민간 운용사에 출자했다. 모태펀드에서 종잣돈을 받아 조성된 자(子)펀드는 모두 628개로 결성액이 20조1222억원에 달한다.

국내 벤처생태계는 성장과 정체의 길목에 서 있다. 시장규모는 사상 최대로 불어났지만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투자규제나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하다. 대기업 등 ‘큰손’들은 적극적인 투자를 망설인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유니콘 기업 수도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한국벤처투자 본사에서 주 사장을 만나 국내 벤처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청사진을 들어봤다.

-취임 9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벤처생태계를 위해 어떤 점에 주력했나

▶국내 벤처투자시장이 역대 최대규모로 성장하는 중요한 시기에 큰 책임을 맡게 됐습니다. 올해 2월 취임 후 민간 주도 벤처생태계를 목표로 다양한 밑작업을 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시장이 외형적으로는 커졌지만 한계도 나타나고 있어서요. 경제규모 대비 부족한 유니콘 지원부터 미성숙한 시장 관행, 모태펀드 정보 비대칭 문제 등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찾아낸 문제점을 민간 주도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입니다.

-제2의 ‘벤처붐’이라고 할 만큼 시장이 뜨겁다

▶벤처투자 규모 등 외형 면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벤처붐은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창업육성 정책의 영향이 큽니다. 벤처·창업이 정부 경제정책의 한 축인 혁신성장을 이끌 동력으로 떠오르면서 투자규모가 커졌어요. 올해 벤처시장의 신규 투자액은 3분기까지 2조55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3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합니다.

-창업열기만큼 정책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보나

▶벤처기업은 국가 산업의 성장동력이면서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구글, 아마존, 텐센트 등 최근 10~20년 안에 만들어진 벤처기업들이 산업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벤처가 증가하면 좋은 일자리가 늘어납니다. 투자금액 2억7000만원마다 양질의 일자리가 하나씩 만들어지는 효과가 있어요. 10조원이 투자되면 4만여명의 일자리가 생기는 거죠. 실제로 올 상반기에 투자받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156개사를 조사해보니 고용이 지난해 말보다 584명 늘었습니다. 고율증가율이 27.5%로 높았어요.

-국내 벤처생태계를 글로벌 시장과 비교한다면

▶창업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경제규모가 13배 큰 미국은 지난해 벤처투자금액으로 96조원을 썼어요. 우리나라의 2조4000억원보다 40배 이상 많았습니다. 신규 투자금액만 봐도 미국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0.36%인데 우리는 0.13%였어요. 미국과 같은 규모로 투자할 수는 없지만 GDP 대비 투자규모를 비슷하게는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20일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초대석 인터뷰

-한국벤처투자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벤처기업들을 현장에서 만나보면 ‘데스밸리’(창업 초기 기업이 겪는 자금난 등 도산 위기)를 걱정하는 곳이 많습니다. R&D(연구·개발)는 고사하고 운영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애를 먹습니다. 정부가 먼저 자금이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민간투자까지 유치할 수 있도록 불을 지펴야 합니다. 한국벤처투자가 해야 할 핵심 임무예요. 투자규모와 기간이 중요합니다. 최소한 10년 정도는 안정적으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줘야 해요. 규모 면에서는 상징적인 의미로 10조원까지 투자규모를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정부 주도 벤처생태계 육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체 시장규모가 성장한 데 비해 모태펀드 등 정부기관이 차지하는 투자비중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모태펀드의 비중과 역할을 점차 축소하는 게 맞아요. 중장기적으로 민간이 벤처투자자금의 90%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커지도록 하는 게 추구할 방향이죠. 다만 국내 벤처생태계의 성숙도나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아직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투자가 충분히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모태펀드가 민간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해요.

-국내 벤처시장의 혁신역량은 높이 평가받지만 유니콘은 3개사에 불과하다

▶전세계 유니콘 237개사 중 우리나라는 옐로우모바일, 쿠팡, L&P코스메틱 3곳 정도죠. 올해는 게임업체 블루홀, 티몬, 위메프까지 3곳이 유니콘으로 추가될 것으로 봅니다. 유니콘 수가 6곳 정도로 늘어난다고 해도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서는 적은 편입니다. 앞으로 2년 내 한국 유니콘 수를 20곳 이상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글로벌 유니콘육성펀드를 조성하고 민간투자를 유도할 후속 투자규제 폐지 등 글로벌 기준에 맞는 투자규제 개선방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투자 관련 법·규제 개선방향은 무엇인가

▶국내 벤처생태계가 활발히 작동하도록 투자환경을 재정비하는 게 목표입니다. 일단 민간 참여자들의 자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해요. 올해는 민간 전문가포럼(협의회)을 분야·과제별로 8개를 구성했어요. 첫 결과물로 이달 모태펀드 관련 투자정보를 공개하는 ‘마켓워치’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연내에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새로운 투자규약도 공개할 계획입니다. 동일기업 투자한도 20% 기준이나 후속투자 제한 규약 등을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벤처투자 선순환을 위해 M&A(인수·합병)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M&A는 투자회수시장에서 중요한 부분이지만 국내 회수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가 채 안됩니다. 대기업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M&A시장에 대한 정보부족 등이 걸림돌이죠. 제도적인 뒷받침도 미흡한 게 사실이고요. 주주간 지분정리가 어려운 관행도 M&A를 어렵게 만듭니다. 이런 부분도 글로벌 기준에 최대한 가깝게 개선하려고 합니다. 인식과 제도가 바뀌면 국내에서도 성공적인 대형 M&A 사례가 나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벤처투자도 지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벤처투자의 수도권 편중현상은 반드시 해소해야 하는 문제다. 지역 투자는 투자기업 수와 금액이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책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모태펀드서 출자받은 투자조합은 3분기까지 지방기업에 136개 기업에 3026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내년에도 지방자치단체나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지역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재원을 확충해갈 계획이다.

20일 주형철 한국벤처투자 사장 초대석 인터뷰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