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창진원, 준정부기관 지정 하루전 인력 24% 충원

지영호 기자
2019.02.06 14:00

하루 늦었으면 증원 어려워…중기부 "오비이락, 충분히 협의하고 진행'

창업진흥원이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되기 하루 전 이사회를 열어 전체인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대규모 인력충원을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준정부기관의 인력충원은 주무부처 협의로 결정하는 기타공공기관과 달리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어서 이사회 개최 시점에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재부에 따르면 창진원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32명의 정규직원 채용을 골자로 한 '2019 수시 인력 증원 심의안'을 통과시켰다. 신규채용 32명은 정규직 현원 134명의 24% 수준이다.

창진원 이사회 회의록에는 "타 기관으로부터 이관되는 3개 사업과 신설 2개 사업 추진을 위해 32명의 인력증원을 심의한다"며 "이 안건의 의결에 따라 확정된 증원 인력의 직급별 반영을 위한 직제규정을 개정한다"고 설명했다. 인력증원과 직제규정은 서면으로 진행됐으며, 김광현 창진원장을 포함한 9명 이사의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창진원 이사회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다음날인 30일 공공기관 지정을 결정하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창진원은 기타공공기관에서 유일하게 준정부기관으로 변경됐다.

준정부기관이 되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인력 증원과 같이 예산이 수반된 결정은 기재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기타공공기관은 주무부처와 협의해 처리할 수 있다.

공운위 결정은 고시를 거쳐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창진원 입장에선 준정부기관으로 발표된 이후 인력 증원에 나서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예산을 다루는 기재부 입장을 고려하면 창진원 이사회 개최가 하루라도 늦었더라면 이같은 인력증원은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창진원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반응이다. 공운위 결정을 미리 인지할 수 없거니와 창진원 이사회 일정이 미리 잡혀있었다는 것이다.

김학도 중기부 차관은 "창진원 증원은 지난해부터 협의해 진행한 사안으로, 타부처 사업의 이관으로 결정됐다"며 "창진원 이사회 소집에 대한 서면 통보는 1주일 전 이뤄졌는데, 공교롭게도 공운위 일정이 (이사회 소집일 하루 뒤로) 이렇게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가 창진원 인력 증원의 이유로 든 사업은 이관사업 3개, 신규사업 2개 등 총 5개다. 이중 3개는 중기부 고유사업이고 2개는 과거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이관된 사업이다. '사내벤처 육성'은 중기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진행해왔고, '스타트업 파크'와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사업은 중기부 신규사업이다. '메이커 활성화 지원'과 '멘토링플랫폼 지원'은 그동안 과기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수행해왔지만 지난해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중기부 사업으로 이관되면서 수행기관의 변경을 진행해왔다.

중기부 관계자는 "(사업을 이관하는)상대 기관과 미리 협의해야 그쪽도 인력효율화 방안 등을 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진행했다"며 "수행 실무를 산하기관으로 이양한 것이지 업무를 떠넘긴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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