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가 현재의 대면 진료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사들의 진료를 보조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곳이 많은데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이라는 인식 때문에 진도를 나가지 못한다.”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 소식이 발표되기 직전인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만난 권덕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은 “도서벽지나 노인돌봄사업 등 특수한 곳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원장은 복지부 재직 시절부터 비대면 진료 도입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비대면 진료가 산업적 측면에서는 다소 과도하게 평가된 부분이 있지만 의료적 측면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권 원장이 복지부 장관에 임명되면 의료계와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그동안 거센 반대에 가로막혔던 비대면 진료 도입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2013년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며 총파업을 추진했을 당시 정부 측 협상단장을 맡아 양측의 대화를 주도하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인물이기도 하다.
권덕철 원장은 “의료법을 고쳐야 한다. 어떤 범위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 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하든지 안 하든지’ 식이라 몇 년째 시범사업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진료가 기본인데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가 도입되면 그것을 아예 안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1차 의료기관이 무너지는 식으로 인식해 1차 의료기관에서 먼저 실시하는 것으로 법안을 냈는데 의료계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비대면 진료를 ‘의료사각지대 해소’가 아닌 ‘건강관리 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는데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 원장은 비대면 진료가 산업적 측면에서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부처는 비대면 진료라고 하면 어마어마한 혁신산업으로서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AI(인공지능)가 완전히 대체할 것같지만 그렇지 않다. AI가 할 수 있는 것과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2가지가 합쳐져야 하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도입된다고 해서 당장 엄청난 시장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먼저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해야 수출 등 산업 측면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권 원장은 “제도가 있어야 산업도 활성화한다. 국내에서 활성화가 안됐는데 외국에 수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해외 국가들이 ‘한국에서는 어떻게 활용됐느냐’를 계속 요구한다. 비대면 진료는 고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려면 국내에서 충분히 실시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수장으로서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COVID-19) 극복이다. 그가 장관에 발탁된 배경에는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을 맡아 상황이 안정되는데 기여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 원장은 당시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이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호흡을 맞췄다. 정 청장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춰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이 이번 인사에 담겼다는 분석이 있다.
권 원장은 “복지부에 근무하며 쌓은 경험과 역량을 다해 관계부처, 보건의료계 등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코로나19 위기상황을 안정화하는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질병에서 안전하고 국민의 삶이 행복한 사회 구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백신 확보가 뒤처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놓고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충분히 구할 것이고 백신 운송의 안전성까지 확보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한 뒤 (백신 도입 시기와 물량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치료제·백신 개발에 대해선 “가시적 성과가 날 수 있는 업체들을 지원한다. 이미 준비된 곳을 지원하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며 “빨리 치료제·백신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추가경정예산(추경)과 내년도 예산에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원장은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비롯한 방역물품과 의료기기, 화장품 등 보건산업 분야 수출성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은 (치과)임플란트가 독보적이고 초음파 영상기기도 강국이다. 화장품 등 복합적인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특히 진단키트는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그는 “진단키트는 지난해와 비교해 15배 성장했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내년에는 미국시장 진출이 예상돼 내년과 내후년까지 성장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원·항체 신속진단키트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검사 정확성은 유전자증폭(PCR) 기법이 유용한데 감염 이후 무증상 상태에서 이뤄지는 전파를 줄이는 것은 항원·항체 기법이 훨씬 유용하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고령친화산업 육성에도 주안점을 뒀다. 그는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집에서 할 수 있는 비대면 돌봄 등 고령친화산업이 앞으로 우리 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경에도 포함됐는데 이런 부분을 더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