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야 한다.", "바꿔야 한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이 회의 석상에서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그의 지난 30여 년, 과학자이자 과학계 리더의 삶을 압축하면 '기존 관행을 벗어나 새로움을 탐색해온 과감한 도전의 여정'이라고 할만하다.
윤 원장의 최대 과업 중 하나를 꼽으라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시절, 연간 100억 원대 연구비를 지원하는 융합연구단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국내 이종 학문 간 융합연구의 초석을 다진 것이다.
융합연구단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대학, 기업연구소 간 칸막이를 해소해 국민 삶의 질 향상과 신성장 동력 창출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각기 다른 소속의 연구자가 한 장소에 결집해 연구하고 종료 후에는 원소속기관으로 복귀하는 일몰형 연구조직이란 특징을 갖췄다.
윤 원장은 "말로만 하는 융합연구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새롭고 실질적인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치매 조기예측 및 치료제 개발, 스마트팜 상용화 통합솔루션 기술 개발 등 20여 개 융합연구단이 출범했으며, 각종 커다란 성과도 일궜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CEVI(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은 코로나19(COVID-19) 백신·치료제·진단 원천기술을 국내 바이오 기업에 이전했다.
앞서 윤 원장은 폐쇄적인 연구조직을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으로 체질 전환하는 데 일조했다. 그는 KIST 대형 연구과제비의 절반을 대학 및 다른 연구소에 배분하고, 연구단장 자리를 외부인에게 개방하는 ORP(개방형 융합연구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당시 연구비를 한 푼이라도 더 타내려고 연구기관끼리 경쟁하던 때에 연구단장직까지 외부에 넘기는 그의 정책은 파격 그 자체였다. 내부 반발이 거셌지만 최우수 학회지에 연구성과가 잇단 게재되자 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외부와의 연구협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융합연구단도 이 모델에서 비롯됐다.
윤 원장은 국내에서 학사부터 박사학위 과정을 모두 이수한 '토종 과학자'이자 역대 KIST 원장 중 비(非)서울대 출신으로 눈길을 끈다. 그를 잘 아는 과기계 한 지인은 "해외 저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연구자들에게 뒤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억척스럽게 연구에만 몰입했다"고 회상했다.
△1959년생 △연세대 전기공학과(학사)·전기재료(석사)·전기공학(박사) △펜실베니아 주립대 박사후 연구과정 △KIST 박막재료연구센터장·재료·소자본부장·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장·연구기획조정본부장·부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 △한국전기전자재료학회장 △한국센서학회장 △홍릉클러스터링 추진위원회 위원장 △국가기술수준평가 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