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앞둔 삼성전자 노조] (종합)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5일 노동조합의 대규모 파업과 관련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노사 모두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 밝혔다.파업이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모든 구성원에게 타격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신 의장은 이날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최근의 회사 상황으로 주주와 고객은 물론 많은 국민들께서 큰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어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사업 경쟁력 저하는 물론 고객의 신뢰 상실, 주주 및 투자자 손실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지적했다.
위기감을 가중시키는 건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다. 신 의장은 "국가 기반 산업인 반도체 사업은 타이밍과 고객 신뢰가 핵심"이라며 "개발·생산 차질, 납기 미준수 등이 발생할 경우 근본적인 경쟁력을 잃고 경쟁사로 고객이 이탈해 시장 지배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업이 불러 올 수 있는 경제적 파장에 대해서도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는 "막대한 파업 손실과 고객 이탈로 회사 가치가 하락할 경우 주주, 투자자, 임직원, 지역사회에 심각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 경우 수백억 달러의 수출·수십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고, 환율 상승 유발로 GDP(국내총생산)가 줄어드는 등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신 의장의 이날 메시지는 최근 열린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형성 된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들은 이번 갈등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대규모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성과급 산정 기준 이견이 이유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재원으로 한 '상한 없는 성과급의 제도화'를 요구한다. 올해 증권가에서 전망하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을 웃도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급 재원으로 약 45조원을 요구하는 셈이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가 안팎으로 비난에 직면했다. 반도체 산업을 볼모로 엄청난 성과급을 요구하지만 사회적 책임의식은 보여주지 않으면서다. 안으로는 노조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밖으로는 여론의 강한 비판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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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노조의 행보는 과거 노동운동과 전혀 다르다. 이념이나 명분이 아닌 철저한 사익 추구, '개인 보상의 극대화'가 특징이다. 사회적 평등 추구나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약자를 향한 연대의식 등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회사의 단기 성과에 맞춰 더 많은 돈을 요구하는데 모든 관심과 목표가 집중됐다는 의미다.
노조는 초호황을 누리는 반도체(DS)부문의 성과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비(非)반도체 부문이 중심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SECU, 3노조)'은 4일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탈퇴를 선언했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과반노조인 초기업노조(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전삼노(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와 함께 지난해 11월 '임금교섭 공동교섭단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교섭단을 꾸린 뒤 함께 대응해왔다. 성과급 요구에서 소외된 TV·가전 등 DX(디바이스경험)부문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도 줄을 잇는다. 하루에 1000명 넘는 직원들이 탈퇴를 요청하기도 했다.
회사를 압박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여론도 의식하지 않는다. 일부 직원들이 사측과 함께 해오던 '기부금 약정'을 취소하겠다고 나선 게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의 기부금 약정 제도는 희귀질환 아동 등을 돕는 사회공헌활동으로서 임직원이 일정 금액을 후원하기로 약정하면 회사가 동일한 액수를 매칭해 추가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은 회사가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기부하는 돈이 회사의 '생색용'으로 쓰인다며 DS부문 사내게시판에 기부금 약정을 취소했다는 글을 게시했고 이후 100여명이 동일한 글을 연이어 올렸다. DS부문은 노조 가입률이 약 80%에 달해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들의 상당수는 노조원으로 추정된다.
재계 관계자는 "노조가 연대와 책임을 말하고자 한다면 자신들이 받을 거액의 성과급에서 일부라도 떼어 사회적 약자를 돕겠다고 나서야 정상이고 지도부가 이같은 이중적 행태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사내게시판은 익명이어서 노조원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노조 차원에서 조합원 개인의 기부금 약정 여부에 대해 전혀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가 이처럼 갈등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을 요구할 수 있는 까닭은 파업이 가져올 엄청난 피해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다는 위협 앞에 결국 회사가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예상이다.
24시간 돌아가야하는 라인이 중단되면 공정 중이던 웨이퍼(반도체의 기본 재료)는 전량 폐기해야 한다. 각종 설비를 재설정하고 수율(양품비율)을 정상화시켜 재가동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최대 10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 타격은 물론 주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다. 한번 떠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실제 AMD와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은 공급망 회복탄력성과 안정성을 핵심 평가 항목으로 두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곧바로 글로벌 선도 지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송 교수는 "반도체 기술은 1~2년만 뒤처져도 경쟁력을 잃는다"며 "사활을 건 AI(인공지능) 반도체 패권 경쟁기에 내부 갈등 수습에 역량을 소모하는 것 자체가 막대한 기회비용"이라 했다.
노조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461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의 자산가치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24년 삼성전자 노조의 첫 파업 선언 당시 주가는 하루 만에 3.1%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파업 충격이 국내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들까지 문제 제기에 나선 건 노조 요구가 감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의 경고인 만큼 노조도 책임 있는 판단과 유연한 협상 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노동조합)는 지난 5일까지 진행한 전면파업에 이어 6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다. 노사는 오는 6일과 8일 만나 협의를 시도한다. 다만 노사의 의견 차이가 여전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 파업으로 수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의 투쟁이 길어질수록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투자 지연과 글로벌 경쟁력 위축, 고객사 계약 불이행에 따른 추가 피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6일 오전부터 노사 합의 때까지 준법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준법투쟁은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 전면파업에 28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전체 임직원의 55%, 조합원 기준 72%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가 지난달 28일 시작한 부분파업에 이어 이달 진행한 전면파업으로 약 1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노조의 부분파업에 따라 비상대응체계를 마련하고 선제적으로 23개 배치(Batch·동일한 조건에서 한 번의 제조로 얻어진 제품 단위)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단 설명이다.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 파업으로 약 6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파업으로 약 3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파업에 따른 설비 운영 중단으로 폐기한 물량과 공장 가동 축소에 따른 손실을 합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 파업에 따른 설비 가동 중단으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 하락이란 간접적인 손해까지 고려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조 파업으로 생산을 중단한 바이오의약품엔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제 같은 환자 생명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차질이 길어질수록 제6공장과 제3바이오캠퍼스 투자, 차세대 모달리티(치료접근법) 대응 역량 강화 등 성장 전략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오는 6일과 8일 협의의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노사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 및 정액 350만원 인상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임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지급 여력과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해 △6.2%의 임금 인상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은 "이번주 두 차례 사측과 만날 예정인데, 사측에서 어떤 새로운 안건을 제시할 것 같지 않다"며 "이번주에도 사측과 만남에서 뚜렷한 방향성이 보이지 않으면 이달 중 2차 파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노조의 준법투쟁과 관련해 "준법투쟁의 방식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정 특성상 잔업 및 특근 거부는 물론이고,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필수 인력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직원들에 이 같은 CDMO 사업의 특수성을 지속해 알릴 것"이라며 "또 긴급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사전 준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