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AFPM(축방향 자속형 영구자석) 모터를 봤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크기는 3분의1인데 힘은 2배라고. 말이 되나 싶었죠. 그런데 진짜였어요."
윤수한 이플로우 대표(63)는 20여년 전 우연히 참가한 독일의 기술전시회에서 '인생템'을 만났다. 10여년 동안 기술 컨설턴트로 전세계를 누비며 온갖 기술을 섭렵한 그의 눈에도 AFPM 모터는 유독 '신세계'로 비쳤다. 이윽고 남들은 안정을 꾀한다는 50대 초입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섰다. 창업 10년차인 올해 윤 대표와 이플로우는 새로운 도약을 앞뒀다.
◇200년 만에 빛 본 모터 신기술=모터는 흔하디흔한 산업재로 여겨지지만 그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전세계 소비전력의 55%가 모터에 들어간다. 모터 효율을 높이는 일은 지구 전체의 에너지 문제와 직결된다. 하지만 1888년 니콜라 테슬라가 현재 쓰이는 방식의 라디얼(방사형) 모터를 만든 이래 자석과 구리선의 양, 종류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AFPM 모터는 이와 다른 구조를 갖췄다. 라디얼 모터는 자석이 원통 옆면에 붙어 자기장이 한 방향으로만 생기는데 AFPM은 원판 위아래 양쪽에 자석을 배치해 자기장을 가두며 밀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윤 대표는 "일반도로를 달리던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게 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기술은 사실 1821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원시적인 디스크 모터를 구현했을 때 제시된 아이디어다. 당시엔 라디얼 모터처럼 상업적으로 양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잊혔다.
◇특허권자 설득해 소형모터 기술확보=윤 대표는 독일계 바이오업체의 기술 컨설턴트로 홍콩에서 10여년을 보내다 현지 전자업체에 스카우트됐다. 이후 전세계를 돌며 쓸 만한 기술을 발굴, 사업화하는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담당했다. AFPM 모터를 만난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특허권자가 3000억원의 기술료를 요구해 딜은 무산됐다. 그래도 윤 대표 머릿속에선 AFPM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윤 대표는 특허권자를 찾아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에만 쓸 테니 특허를 풀어달라. 대신 성공하면 러닝개런티를 주겠다"며 허락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2017년 이플로우를 만들고 AFPM 모터 기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권자였던 독일 실러사의 프랭크 헬러 전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이플로우에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한국의 기계 역량과 독일의 전기제어 전문성이 만난 순간이었다.
◇AFPM 시장 본격 개화=2020년은 이플로우에 전환점이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스타트업 YASA가 AFPM 기술에 힘입어 롤스로이스, 다임러에 잇따라 분할매각되며 글로벌 모터시장이 들썩였다. 이플로우는 YASA와 달리 소형 AFPM 모터에 특화됐다. 현재 생산 중인 제품들은 수소자전거, 휠체어 등에 들어간다.
소형 AFPM 모터를 찾는 새로운 고객도 시장에 나타났다. 로봇·위성·드론 등이다. 삼성전자와는 로봇에 들어갈 모터를, LG전자와는 인공위성에 들어갈 모터를 함께 개발 중이다. 드론시장은 미국 정부의 '차이나 아웃' 기조 덕분에 중국산이 아닌 대체 모터를 찾는 수요가 급증했다. 윤 대표는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올해부터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 지역에 현지 생산법인을 세워 글로벌 시장대응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