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드론 바람 올라탄 꿈의 모터...지천명 창업가의 '글로벌' 도전

로봇·드론 바람 올라탄 꿈의 모터...지천명 창업가의 '글로벌' 도전

최우영 기자
2026.05.22 05:00

[스타트UP스토리]윤수한 이플로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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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한 이플로우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
윤수한 이플로우 대표. /사진=최우영 기자

"처음 AFPM(축방향 자속형) 모터를 봤을 때 쇼크를 받았습니다. 크기는 3분의 1인데 힘은 2배라고? 말이 되나 싶었죠. 그런데 진짜였어요."

윤수한 이플로우 대표는 20여년 전 우연히 참가한 독일의 기술 전시회에서 '인생템'을 만났다. 십수년 동안 기술 컨설턴트로 전 세계를 누비며 온갖 기술을 섭렵하던 그의 눈에도 AFPM 모터가 유독 '신세계'로 비쳤다. 이윽고 남들은 안정을 꾀한다는 50대의 초입에서 과감히 사표를 내고 창업에 나섰다. 창업 10년차인 올해, 윤 대표와 이플로우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패러데이가 남긴 숙제, 200년만에 풀렸다
AFPM 모터 개념. /사진=이플로우
AFPM 모터 개념. /사진=이플로우

모터는 흔하디 흔한 산업재로 여겨지지만 그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전 세계 소비전력의 55%가 모터에 들어간다. 모터 효율을 높이는 일은 지구 전체의 에너지 문제와 직결된다. 하지만 1888년 니콜라 테슬라가 현재 쓰이는 방식의 라디얼(방사형) 모터를 만든 이래 자석과 구리선의 양, 종류만 바뀔 뿐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AFPM 모터는 이와 다른 구조를 갖췄다. 라디얼 모터는 자석이 원통 옆면에 붙어 자기장이 한 방향으로만 생기는데 AFPM은 원판 위아래 양쪽에 자석을 배치하며 자기장을 가두며 밀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다. 윤수한 대표는 "일반 도로 달리던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기술은 사실 1821년 마이클 패러데이가 원시적인 디스크 모터를 구현할 때 제시된 아이디어다. 당시엔 라디얼 모터처럼 상업적으로 양산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새로운 자석의 개발, 이에 힘입은 제조 기술이 세상에 나타나며 AFPM 모터를 상업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자그마치 200년짜리 숙제가 풀린 셈이다.

"소형 모빌리티에만 쓸게" 특허권자 설득해 사업 시작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윤 대표는 독일계 바이오업체의 기술 컨설턴트로 홍콩에서 십여년을 보내다 현지 전자업체에 스카우트됐다. 이후 전 세계를 돌며 쓸만한 기술을 발굴해 사업화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담당했다. AFPM 모터를 만난 것도 이 시기였다. 하지만 특허권자가 3000억원의 기술료를 요구해 딜은 무산됐다. 그래도 윤 대표 머릿속에서는 AFPM이 여전히 아른거렸다.

"기술 자체가 너무 좋아서 한국의 뛰어난 제조업 역량과 결합하면 뭔가 되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사업 좀 해보게 퇴사한다고 말하니 당시 회장님이 '가능성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젓더군요."

AFPM의 가능성을 반신반의한 것은 다른 기업과 연구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귀국 후 굴지의 대기업들과 만나봤지만 '100억~200억원'까지 기술료를 내줄 의향이 있다는 답변만 받았다. 특허권자와의 간극이 너무 컸다. 한국전기연구원 박사들도 "양산이 힘들고 단가도 비쌀 것"이라며 사업화 가능성을 불신했다.

윤 대표는 "나는 독일에서 AFPM 모터가 구현된 걸 직접 봤지만 그런 경험 없는 사람들은 안된다고 일축했다"고 돌아봤다. 결국 윤 대표는 특허권자를 찾아가 "마이크로 모빌리티에만 쓸 테니 특허를 풀어달라. 대신 성공하면 러닝 개런티를 주겠다"며 허락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2017년 이플로우를 만들고 국산 AFPM 모터 기술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특허권자였던 독일 SCHILLER사의 프랭크 헬러 전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이플로우에 합류하며 힘을 보탰다. 한국의 기계 역량과 독일의 전기 제어 전문성이 만난 순간이었다.

YASA의 성공이 알려준 것 "AFPM이 옳았다"
2022년 10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회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하고 머니투데이와 코엑스(COEX)가 공동 주관하는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GBW 2022)' 이플로우 부스에서 윤수한 대표(왼쪽)가 AFPM 모터가 적용된 수소자전거를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2년 10월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회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하고 머니투데이와 코엑스(COEX)가 공동 주관하는 '그린비즈니스위크 2022(GBW 2022)' 이플로우 부스에서 윤수한 대표(왼쪽)가 AFPM 모터가 적용된 수소자전거를 고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2020년은 이플로우에게 전환점이 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스타트업 YASA가 AFPM 기술에 힘입어 롤스로이스, 다임러에 잇따라 분할 매각되며 글로벌 모터 시장이 들썩였다. 다임러는 2025년 이후 모든 신차에 AFPM 모터를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BMW 역시 미래 전기 슈퍼카에 YASA의 AFPM 모터를 탑재하기로 했다. 이에 질세라 르노는 프랑스의 AFPM 개발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플로우는 YASA와 달리 소형 AFPM 모터에 특화돼 있다. 현재 생산 중인 제품들은 수소자전거, 휠체어 등에 들어간다. 윤수한 대표는 "벽시계 만드는 회사가 손목시계까지 잘 만든다는 보장이 없다"며 "작은 AFPM 모터는 이플로우가 가장 강한 토크(회전력)와 저렴한 가격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소형 AFPM 모터를 찾는 새로운 손님들도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로봇·위성·드론 등이다. 삼성전자와는 로봇에 들어갈 모터를, LG전자와는 인공위성에 들어갈 모터를 함께 개발 중이다. 모터를 소형화할수록 자연스러운 로봇의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또 1g의 무게 차이가 막대한 비용으로 이어지는 우주 공간에서는 자연스레 더 작고 강한 모터를 찾게 된다.

드론 시장은 미국 정부의 '차이나 아웃' 기조 덕분에 중국산이 아닌 대체 모터를 찾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윤 대표는 "미국 공화당은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군사용 드론에 보안 리스크가 있다는 주장을 채택했다"며 "앞으로 중국산 원료가 하나라도 들어간 제품들은 다 미국 주요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기에 우리 모터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대표는 2030년까지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들 것을 자신했다. 그는 "독일에 수십개의 모터 회사가 있는데 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곳들"이라며 "수술용 집도기에 들어가는 연필만한 것부터 지멘스가 만드는 3톤짜리까지, 세상 만물에 모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부터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 지역에 현지 생산법인을 세워 글로벌 시장 대응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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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미래산업부 유니콘팩토리에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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