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에 붙인 손가락만 한 '딸칵'…"전국 적용시 원전 5기 줄인다"

최우영 기자
2026.06.08 06:00

[스타트UP스토리] 임환 온유테크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임환 온유테크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네가와트(Negawatt)'는 40여년 전 미국 물리학자 에이머리 러빈스가 제안한 개념이다. 발전소에서 새로 만들어낸 메가와트(Megawatt)가 아니라, 효율을 높여 안 쓰게(Negative) 된 와트도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는 발상이다. '안 짓는 발전소'라고도 불린다. 1989년 캐나다 몬트리올 그린에너지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뒤 미국 일부 주들은 절전 사업을 발전 사업과 동등하게 평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온유테크는 이 같은 발상을 사업으로 구현한 스타트업이다. 가정이나 건물, 공장 등의 전력 누수를 최소화해주는 'AI(인공지능) 절전기'를 통해서다. 임환 온유테크 대표는 "AI 시대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발전(공급)뿐만 아니라 절전(수요)에도 신경써야 한다"며 "전국 LED 평판등에 AI 절전기만 전부 달면 원전 5기 분량인 5.7GW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LED 안 바꾸고 최대 50% 절전…서울대 5개동에 깔린 'AI 절전기'
온유테크의 AI 절전기. /사진=온유테크

온유테크가 선보인 'AI 절전기'는 손가락만한 케이스 안에 조도 센서와 컨트롤러가 들어 있는 형태다. 기존 LED 평판등 옆구리에 붙이고, 등기구 안의 일반 컨버터를 디밍 컨버터로 한 번만 교체하면 설치가 끝난다. 별도의 프로그래밍이나 설정값 입력도 필요 없이 기존 평판등에 '애드 온'만 하면 된다. 임 대표는 "센서가 등 바로 밑 환경의 조도 변화를 스스로 학습해서 최적값을 찾아낸다"며 "기존 LED 대비 최대 50% 전력을 줄인다"고 말했다.

AI 절전기의 작동 방식은 두 가지다. 우선 창가에 햇볕이 들면 실내 조도를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40W짜리 등이 24W, 15W, 5W 식으로 자동으로 출력을 낮춘다. 그리고 사람이나 지게차의 동작을 감지해 출입이 드물 때는 평상시의 40~50%만 점등했다가 움직임이 감지되면 100%로 올리는 식이다.

뜻밖의 부수 효과도 있다. 임 대표는 "낮에 창가 조도가 너무 올라가면 사람 몸이 '과잉 조도 스트레스'를 느낀다"며 "전체 조명이 안정되니까 오히려 눈이 편안해진다는 피드백이 많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절전기가 시장에 나왔지만 외면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증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온유테크는 지난해 서울대 에너지관리센터 연구실에 구축한 테스트베드로 실증에 나섰다. 평균 절감률 40%를 나타냈다. 이후 보건대학원·기숙사 식당 등 서울대 5개 동으로 확대 적용했다. 서울대는 연간 전기요금만 250억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대표는 "문·이과 가릴 것 없이 각 연구실에서 AI를 돌리면서 전기 사용량이 폭증해 학교 측의 절감 압박이 컸다"고 전했다. 서울대 외에도 전국의 학교와 물류센터 등 30여곳에서 실증이 진행 중이다.

"에너지 위기, 공급 대신 수요로 잡을 수 있다"
임환 온유테크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에너지 위기의 해법은 늘 '공급 확대'에 쏠려 있었다. 발전소를 더 짓고, 송배전망을 확충하고, 태양광 패널을 더 까는 식이었다. 임 대표는 "수요 쪽에서 줄여도 똑같은 효과인데 그 영역은 줄곧 무시당해왔다"고 바라봤다.

'가성비'로 따져도 수요 측면의 에너지 절감이 효율적이라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100GW 용량 태양광을 설치해도 하루 가동 시간이 평균 3.6~4시간에 그치기에 실제 발전량은 15GW 수준인데 설치비는 100조원이 넘게 든다"며 "AI 절전기 설치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용인 30조~40조원으로 동일한 용량을 단시간 내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도 전력수요 절감은 수익과 직결된다. 온유테크의 비용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40W LED 평판등 300세트에 AI 절전기를 적용할 경우 2.5년이면 투자금을 회수하고, 10년간 누적 수익률 300%가 나오는 것으로 추산됐다.

"인식의 전환만 있다면 금세 전국 보급 본격화"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임 대표는 중앙부처와 지자체, 전국 초중고교 등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AI 절전기를 설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너지관리공단의 전국 공공부문 에너지소모량 집계를 보면 매년 2~5%씩 전기를 더 많이 쓰고 있다"며 "설비와 기기를 대대적으로 바꿀 여력이 없다면 AI 절전기가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수요 절감으로 전력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AI 절전기 보급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전국의 조명 관련 엔지니어들이 설치 인력으로 현장에 나서면서 내수 활성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유테크는 AI 절전기의 실증을 거친 올해부터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매출 20억원, 내년 50억원 이상이 목표다. 임 대표는 "온유테크 자체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인식이 변하고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를 아끼는 게 더 중요한 목표"라며 "전국에 2억개가 넘는 LED평판등과 형광등, 제조시설 등의 투광등, 야외 경관등까지 모두 합치면 전력 절감량이 용량 기준 10GW 이상으로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