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대신 환자에 집중…병·의원 400곳이 택한 AI 차트 서비스

모니터 대신 환자에 집중…병·의원 400곳이 택한 AI 차트 서비스

송정현 기자
2026.08.05 05: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스타트UP스토리] 김세훈 스튜디오키코 대표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세훈 스튜디오키코 대표/사진제공=본인
김세훈 스튜디오키코 대표/사진제공=본인

"탁탁탁."

진료실에 들어선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쏟아낸다. 하지만 의사의 시선은 환자가 아닌 컴퓨터 화면에 머문다. 진료실을 채우는 것은 환자와 의사 간 대화보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다.

지난해 원인 모를 극심한 두통으로 병원을 10차례 넘게 찾았던 김세훈 스튜디오키코 대표는 이런 진료 과정을 반복해서 겪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을 조금만 더 마주 보면서 설명해줄 순 없을까.'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의사를 탓할 수 없었다.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방대한 전자의무기록(EMR)까지 입력해야 하는 현실 앞에서는 누구라도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OECD가 발표한 '2023년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의사 1인당 연간 진료 환자 수는 6113명이다. 조사 대상 32개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사는 환자를 진료하는 동시에 차트까지 작성해야 한다.

김 대표는 "차트를 사람이 직접 입력하는 대신 AI가 자동으로 작성해 준다면 한정된 진료 시간 속에서도 의사가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의료 AI(인공지능) 차트 자동화 서비스 '니어닥(Neardoc)'이다.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한 챗GPT 생성 이미지
상황 이해를 돕기 위한 챗GPT 생성 이미지

"의사를 환자에게 돌려줬다"…입소문 타고 병·의원 300곳 확보

/사진제공=스튜디오키코
/사진제공=스튜디오키코

스튜디오키코가 개발한 니어닥은 진료실에서 오가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별도의 입력 없이 SOAP (주관적 증상·객관적 소견·평가·계획)차트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이를 EMR에 바로 입력한다. 진료가 끝난 뒤 불과 5초 만에 차트 작성이 완료된다. 덕분에 의사는 컴퓨터 화면이 아닌 환자에게 시선을 두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

회사가 도입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트 작성 시간은 평균 70% 감소했고, 같은 시간에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약 1.5배 증가했다. 의사들이 모니터 대신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환자 만족도와 재진율도 함께 높아졌다.

입소문에 힘입어 니어닥은 지난 5월 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별도의 광고·마케팅 없이 병·의원 400곳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유료 전환율은 50% 이상을 기록했으며 현재 월간반복매출(MRR)은 1230만원이다.

AI 기술과 의료 전문성을 결합한 창업진도 스튜디오키코의 강점이다. 회사를 이끄는 김 대표는 원티드랩(3,015원 ▲280 +10.24%) 공동창업자로 9년간 회사의 사업과 성장을 이끌었다. 여기에 원티드랩 서비스개발부문장 출신 류경묵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세브란스병원 전문의 출신 이창민 최고의료책임자(CMO)가 합류해 AI 제품 개발 역량과 의료 현장 경험을 결합한 팀을 꾸렸다.

김 대표는 "원티드랩에서는 구직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구직자가 '을'이 되는 구조를 바꾸고자 했다. 지금은 AI를 통해 의사가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어+ 영어 혼재된 진료 맥락 이해 …의사별 맞춤 차트 생성도"
스튜디오키코 개요/그래픽=김현정
스튜디오키코 개요/그래픽=김현정

니어닥의 핵심은 단순한 음성인식(STT)이 아니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글자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진료 맥락을 이해해 의료진이 실제 사용하는 차트 형태로 재구성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구체적으로 니어닥은 자국어와 의학 영어, 약어가 섞인 복잡한 진료 대화를 정확하게 알아듣는 '진료 대화 맥락 인식 엔진'을 갖췄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등 서양 의료 환경과 달리 자국어와 영어 등 복수 언어가 혼재된 아시아의 특수한 의료 환경에서도 대화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도록 설계한 것.

또 20여개 진료과를 대상으로 1만7000여개의 의학 용어를 학습했다. 이를 통해 진료과별 맥락에 맞는 차트를 생성하고, 대화 중 등장하는 의학 용어와 약어도 정확하게 이해한다.

진료과별 맞춤 차트 생성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마다 다른 기록 방식도 반영한다. 출신 대학과 수련병원, 진료과, 담당교수 등에 따라 달라지는 용어와 문장 구성, 기록 형식을 학습해 의료진이 기존에 작성하던 방식과 유사한 개인 맞춤형 차트를 생성한다.

의료 환경에서 치명적인 할루시네이션(환각)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회사는 의료 AI 엔진 '자이나(Xynar)'를 개발하고 4단계 검증 체계를 구축했다.

AI가 답변을 생성하기 전 국내 임상진료지침과 국제 의학 문헌 등을 조회한 뒤 생성된 차트를 실제 진료 대화와 다시 대조하는 방식이다. 약물 용량과 검사 수치, 부정 표현 등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항목은 더욱 엄격하게 검증하도록 설계했다.

김 대표는 "약 4만건의 누적 진료를 처리하는 동안 의료사고나 분쟁으로 이어진 오류는 단 한 건도 없었다"며 "높은 정확성이 확보되면서 의사들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 안심하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튜디오키코는 일본과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의료 환경의 특수한 진료 맥락까지 이해하는 AI 엔진을 앞세워 아시아 의료 AI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궁극적으로 회사는 차트 자동화 과정에서 축적되는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조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유사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진단과 처방 사례를 분석해 의료진에게 제시함으로써 진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의사가 서류가 아닌 환자에게 집중할 때 환자와 의사 간 대화의 질과 진료의 질이 함께 높아진다"며 "이 같은 기록이 축적돼 의사의 판단을 돕는다면 의료 시스템 전체의 수준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송정현 기자

안녕하세요. 미래산업부 송정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