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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하면 '참이슬', 일본 사케 하면 '간바레 오토상'처럼 떠오르는 대표 브랜드가 있죠. 하지만 해외에서는 아직 막걸리 하면 '이것'이라고 바로 떠올리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그 자리를 저희가 만들고 싶습니다."
고명성 압구정막걸리 대표는 "막걸리 시장은 지난 10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막걸리는 여전히 '저렴한 서민 술'이라는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한때 MZ세대(2030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류로 주목받았지만 유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냉장 유통이 필수인데다 생막걸리의 유통기한도 10~15일에 불과해 전국 유통은 물론 해외 수출에도 제약이 컸다.
고 대표는 "MZ세대 사이에서 저도수·웰니스 문화가 확산된 데다 막걸리는 쌀로 만들어 포만감이 크고 식곤증까지 유발하다 보니 젊은층의 선호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인공 감미료를 넣은 단맛 막걸리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쉽게 질리는 점도 시장 정체의 원인으로 꼽았다.
압구정막걸리가 선택한 해법은 기능성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의 본질을 다시 만드는 것이었다. 수면 개선이나 건강 효과를 앞세우는 일반적인 푸드테크 전략 대신 막걸리 본연의 맛과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빚어낸 것이 프리미엄 막걸리 '원(元)·류(流)·풍(風)' 3종이다.
프리미엄 라인인 '원'은 물보다 쌀 비율이 높은 14도 고도주다. 높은 도수 덕분에 냉장 기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류'는 소비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생막걸리 스타일을 구현했고, '풍'은 8도의 살균 막걸리로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 특히 '풍'은 해외 전략 상품이다. 냉장 컨테이너 없이 운송할 수 있어 물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생막걸리는 냉장 유통 때문에 물류비 부담이 크다"며 "풍은 상온 유통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은 맛에서도 기존 막걸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위스키처럼 묵직하고 진한 텍스처를 구현하는 것에서 개발을 시작했다"며 "유통기한을 늘리려면 도수를 높여야 하고, 도수를 높이려면 그만큼 쌀도 더 많이 들어간다. 그 균형을 계속 맞춰가며 지금의 제품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은 얼음을 넣어 온더록으로 마시거나 탄산수를 섞어 '막걸리 하이볼'처럼 즐길 수도 있다"며 "새로운 재료를 더하기보다 막걸리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 즐기는 방식을 다양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는 한계를 느꼈지만 해외에서는 오히려 가능성을 봤다. 그 계기는 압구정에서 직접 전(煎)집을 운영하면서였다. K푸드를 찾은 외국인 손님들이 소주보다 막걸리를 더 자주 찾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다. 그는 "한국인이 일본에서 사케를 마셔보듯 외국인들에게 막걸리는 단순한 술이 아니라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하나의 콘텐츠"라며 "그때 해외 시장에서 더 큰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압구정막걸리는 지난달 일본 시장에 '풍'과 '원'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해외 공략에 나섰다. 현재 일본 편의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올해 목표도 공격적으로 잡았다. 일본과 중국에서 각각 100만병 판매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에서는 먼저 브랜드를 안착시켜 재구매를 늘리고, 중국은 거대한 시장 규모를 바탕으로 빠르게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고 대표는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 진출해 글로벌 막걸리 브랜드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단순히 막걸리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고 대표는"해외에서 새로운 막걸리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를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고 싶다"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으면 국내 소비자들도 막걸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