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모습만 봐도 무릎 보여요"…어르신 몸 분석하는 AI의 정체

최태범 기자
2026.07.19 14:00

[스타트UP스토리]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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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나이가 들면 누구나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어깨가 굳고, 어느 순간부터는 머리를 감거나 장을 보러 나가는 일조차 버거워진다. 그렇게 신체 기능이 서서히 약화되는 것과 맞물려 요양과 돌봄의 필요성이 커지기 시작한다.

문제는 그 시점을 미리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병원 건강검진으로 체성분이나 혈압은 측정해도 '1년 뒤 또는 10년 뒤 몸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가늠해 주는 지표는 마땅치 않았다. 시니어 헬스케어 소셜벤처 리무빙컴퍼니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는 "우리는 어르신이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무릎이 어느 정도 안 좋은지 알 수 있다"며 "이러한 직관을 데이터와 AI(인공지능)로 자동화한 것이 기술적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성장과 사회적 기여 두 토끼 잡는다
/그래픽=이지혜

이현수 리무빙컴퍼니 대표는 SK그룹과 행복나래가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과 손잡고 운영하는 임팩트MBA(IMBA) 출신 창업가다. IMBA는 역량 있는 소셜벤처 창업가 육성을 위해 개설한 2년제 과정이다.

IMBA는 입학생에게 전문 액셀러레이팅, 창업지원, 창업전담 교수의 일대일 멘토링, 법률·회계 자문 등을 제공한다. SK그룹은 2013년 이 과정을 개설한 이래 소셜벤처 창업가를 꾸준히 길러왔다.

이현수 대표에게 IMBA는 사업가로서의 큰 전환점이었다. 서울대 글로벌 스포츠 매니지먼트 석사를 거친 그는 2018년 공공 체육시설 플랫폼으로 첫 창업에 나섰으나 코로나19로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임팩트 있는 사업을 제대로 해보자'는 각오로 IMBA의 문을 두드렸다. IMBA는 매 학기 '경영을 얼마나 잘하는지'와 '임팩트를 얼마나 만드는지'를 함께 평가한다. 그는 "두 가지를 동시에 고민하는 훈련을 받은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이 고령인구 비중 20%를 넘긴 초고령사회라는 점에서 시니어 시장을 핵심 타겟으로 잡고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 그는 "5명 중 1명이 잠재 고객인데 저(低)성장 할 리가 없다"며 "소셜벤처로서의 의미와 성장성이 공존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 회사를 만들고 피칭할 때만 해도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며 "지금은 시니어 관련 사업을 안 하는 대기업이 없을 정도다. 금융사·대기업의 자원이 들어오면서 산업 인프라가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골격계를 중심으로 한 움직임 분석

사명에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잘못된 운동 습관 등 건강하지 못한 요소를 '제거한다(Removing)'는 의미, 이를 통해 생활 반경을 넓혀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Re-moving)'는 뜻이다.

리무빙컴퍼니의 사업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압구정 본점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기능 강화 운동수업(PT), 다른 하나는 3차원 다관절 카메라로 어르신의 동작을 인식해 신체 기능과 관절 상태를 측정·분석하는 기기 '모셔너리'의 공급이다.

이 대표는 "인바디가 체성분을, 다른 기기들이 주로 자세·체형을 다룬다면 우리는 움직임을 분석한다"며 "움직임에 대한 측정과 함께 운동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의 설계도 AI로 자동화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어깨 돌리기 같은 동작을 측정해 '머지않아 오십견으로 혼자 머리 감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식의 예측을 내놓는다. 하지 종아리 근육이 부족하면 이에 맞는 운동을 휴대폰으로 전송하고 다음 방문 때는 혼자서도 강화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단순히 근육량을 재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장을 보거나 화장실에 가는 등 독립적인 삶에 필수적인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을 계량화하고 질병과 낙상 사고를 예측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셔너리는 경로당·복지관·보건소·마을회관 등에 B2G로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 그는 "노래방이 잘 갖춰져 우리나라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리무빙컴퍼니는 어디서나 쉽게 쓸 수 있는 '운동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비유했다.

압구정 '회장님·의원님'이 기술 검증

압구정에 본점을 둔 지리적 입지는 기술적 경쟁력을 고도화하는 핵심 요인이 됐다. 이 대표는 "이 동네에는 회장님·의원님 출신의 어르신이 많다"며 "이들의 까다로운 피드백을 거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B2G로 들고 나가면 대부분 품질에 대한 의문이 사라진다"고 했다.

현재까지 리무빙컴퍼니의 정밀 측정 및 운동 수업을 거쳐 간 이용자는 5000여명에 달한다. 카드사 회장 출신으로 매년 건강검진을 받는 한 고령의 고객은 '친구들 중 자신만 유일하게 몇 년째 신체 기능이 좋아지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모셔너리는 최근 김포공항 이동 약자 서비스 현장에 도입됐다. 카트를 운전하는 어르신들이 종종 사고를 내는 일이 발생하자 이들의 움직임을 측정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이를 계기로 면허 갱신 등 공공 안전 분야로도 모셔너리 공급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리무빙컴퍼니는 글로벌에서도 성과를 내는 중이다. 하드웨어 자체를 판매하거나 이미 플랫폼을 가진 해외 기업에는 측정·분석 솔루션과 함께 운동 콘텐츠를 모듈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스페인의 사회복지 서비스 및 의료기기 기업과 협력해 현지 기기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요양 받는 시점을 늦춤으로써 국가 의료비 절감과 함께 시니어의 존엄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그는 "공부처럼 운동도 내 상태를 알면 더 잘할 수 있다"며 "병원에 가지 않아도 컨디션을 쉽게 파악하고 어떻게 관리할지 알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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