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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규제샌드박스라는 운동장을 열어 혁신기업에 마음껏 뛰어보라고 했다. 그 안에서 수년간 실증하고 시장을 만들고, 가능성을 입증한 기업이라면 적어도 제도화 이후의 '본게임'에서도 다시 한번 경쟁해 볼 기회는 있어야 한다."
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루센트블록'에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루센트블록에 대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를 믿고 7년 가까이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해 온 청년 스타트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이용자 50만명과 300억원 규모의 발행·유통 실적을 금융사고 없이 쌓았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그런 기업이 정작 제도화 과정에서는 사업의 존속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문제는 단지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샌드박스에서 뛰게 해놓고 본 게임이 시작되자 벤치에 앉히는 것이 규제 혁신의 결론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8년 설립된 루센트블록은 2021년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규제샌드박스) 지정을 받아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를 운영해 왔다. 하나증권,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협업해 전자등록 수익증권 기반 유통 구조를 업계 최초로 구축한 곳이다.
'루센트블록 사태'의 출발점은 지난 2월13일이다. 금융위원회는 당시 정례회의에서 '수익증권 장외거래중개업', 즉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대상으로 한국거래소·코스콤 중심의 KD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뮤직카우 중심의 NXT 컨소시엄 두 곳을 의결했다.
금융위는 앞서 투자자 보호와 시장 효율성을 이유로 신규 사업자를 최대 2곳으로 제한하는 인가 운영 방안을 마련한 상태였다. 함께 신청했던 루센트블록은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도권 진입이 가로막혔고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금융감독원 외부평가위원회는 루센트블록에 대해 "유통플랫폼 운영 경험은 있으나 장외거래소 운영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미흡하다"고 했다.
심사 과정은 내내 시끄러웠다. 루센트블록이 "자본력을 앞세운 기득권 거래소가 혁신 산업의 성과에 무임승차한다"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인허가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언급하자 이번 심사를 둘러싼 관심이 더욱 커졌다.
심사 탈락 이후 루센트블록은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에 대한 의지를 밝혀 왔다. 우선 발행 인가를 신청해 무인가 영업 상태를 피하며 사업 공백을 막고, 심사 과정에서 지적받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보완해 유통 인가에 다시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정치권에서도 구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금융위에 추가 예비인가 신청 기회를 열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며 "샌드박스를 했던 기업이 탈락한 것은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좋지 않은 신호"라고 지적했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소통 간담회에서 직접적으로 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혁신금융사업자에 대한 추가 예비인가 절차와 실증 이후 제도권 전환의 표준 절차를 마련해 달라는 내용이다.
박 부위원장은 "금융위의 인가 심사 결과와 절차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루센트블록이 특혜나 자동 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증 성과와 투자자 보호 실적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다시 경쟁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경쟁자가 하나 더 참여한다고 시장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며 "오히려 더 많은 경쟁자가 제대로 경쟁하는 것이 시장의 혁신과 소비자 편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는 결국 금융위가 쥐고 있다"며 이번 주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 루센트블록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예비인가 추가 신청을 포함한 재도전 방안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인 한성숙 국무총리와의 협의도 예고했다. 박 부위원장은 "총리와의 만남 자리가 있다. 이 사안을 잘 알고 있으니 만큼 총리와도 말씀을 나눠 보겠다"고 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기업을 잠시 시험해보는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실증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이 제도권 시장에서도 다시 경쟁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것, 거기까지가 제대로 된 규제혁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험과 혁신, 도전과 재기가 가능한 것이 이재명 정부의 혁신성장 창업지원 정신"이라며 "예비인가 추가 신청을 포함해 시장을 개척해 온 기업에게 공정한 재도전의 문을 열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함께 머리를 맞대겠"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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