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사가 보유한 현대자원개발의 지분 전량을 현대종합상사에 이관하는 사업 재편에 착수했다. 이는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취임 이후 첫 법인 구조조정으로, 향후 두 법인의 합병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13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자원개발 지분(40%)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35%), 현대오일뱅크(15%) 등이 보유한 총 90%의 현대자원개발 지분을 3월 중 현대종합상사로 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종합상사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10%의 지분을 포함해 현대자원개발 지분 100%를 갖게 된다. 100% 자회사인 현대자원개발은 향후 현대종합상사에 흡수합병되는 길을 걸을 것으로 보여 2011년 4월 현대종합상사의 자원개발 부문이 분리돼 독립법인으로 설립된 지 4년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유가하락 등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그룹의 역량을 핵심사업 위주로 집중해 나가기 위해 현대자원개발 지분 전량을 현대종합상사에 이관한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지분 이관에 앞서 사무실부터 합친다. 현재 서울 계동 현대사옥 12층에 입주한 현대자원개발 직원들은 이달 안에 전원 현대종합상사가 입주한 서울 수송동 연합뉴스빌딩 14층으로 이동한다. 현대종합상사는 해당 건물 14~16층을 사용 중이다.
현대자원개발은 2011년 4월 분리될 당시 국내 및 해외 자원개발관련 사업 분야 전문화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신규 프로젝트 발굴에 실패하며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8일에는 양봉진 사장이 경영에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김용진 상무보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표이사가 사장에서 상무급 임원으로 바뀔 당시부터 현대자원개발 정리 방침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중공업그룹은 계열사별로 추진하던 자원개발 프로젝트를 집중시켜 시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의도였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가 운영 중이던 프로젝트를 모두 물려줘 장기적으로는 대우인터내셔널 또는 일본계 종합상사와 같이 자원개발부문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울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대자원개발은 4년 동안 새 프로젝트 발굴에 번번이 실패했다. 2011년 20억원, 2012년 27억원, 2013년 28억원을 기록한 매출은 예멘·오만·카타르의 LNG, 베트남 유전, 러시아 농장 지분 보유에 따른 배당금과 관리수익뿐이었다.
그동안 영업손실은 차곡차곡 쌓였다. 2011~2013년 매년 19억원 안팎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러시아 서부 캄차카 유전 등에서 실패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도 비슷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자원개발부문의 잇딴 실패 이후 기존 사업 외의 신규 발굴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3조2000억원대 영업적자도 신규 투자를 멈추게 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은 권오갑 사장이 취임한 뒤 현대중공업그룹 첫 법인 구조조정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10월 12일 울산 본사에서 최길선 회장과 함께 주재한 긴급 본부장 회의에서 수익창출이 어려운 한계사업과 해외법인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조정 작업에 나서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편 현대종합상사의 지분 이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대자원개발은 조만간 진행될 현대종합상사와의 합병을 앞두고 13일 20대1 감자를 결정했다. 자본금은 500억원에서 25억원으로, 보통주는 1000만주에서 50만주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오는 3월16일이며 감자방법은 주식병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원개발 직원들은 대부분 현대종합상사 공채 출신으로 종합상사가 계동에 있을 당시에도 맞은편 사무실을 쓰면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며 "합병 이후에도 통합법인 내부 갈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