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차종은 중형세단이다. 여간한 편의장비나 공간구성으로는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이런 중형차 시장에 크라이슬러가 올 뉴 200을 60여 가지 안전장치를 장착하고 투입했다.
두가지 트림 가운데 상위 모델인 200C를 시승했다. 안전·편의사양의 작동은 확실하다. 앞 차와 갑자기 거리가 좁아지면 차는 알아서 섰다. 시속 160km까지 작동한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도 범퍼 양쪽 레이더와 영상센서로 경고하는데 운전자가 한 눈을 팔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는다.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은 시속 60km 이상 속도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이동하면 스티어링휠에 진동을 주면서 차를 차선 안으로 곧장 밀어 넣었다.
주차를 위해 후진을 하다 잠시 안전벨트를 풀었더니 파킹브레이크가 바로 걸렸다. 혹시라도 발에 힘을 빼면 벌어질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파킹브레이크는 운전석 문을 열어도 걸린다. 수시로 걸리는 통에 불편한 사람도 있겠지만 누구나 한번쯤 '넋 나가는' 날이 있다. 안전을 위해선 요긴한 기능이다.
기어봉을 동그란 다이얼이 대신한다. 링컨의 버튼식 기어보다는 더 빨리 익숙해졌다. 재규어의 매끈한 다이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덕분에 앞좌석 공간이 재밌어졌다. 중앙 콘솔은 자주 쓰는 키를 배치하고 아래 공간을 양쪽으로 뚫어 놨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다리(로터리)가 있는 것처럼 돼 있어서 아래로 아이패드 정도는 가뿐하게 놓을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 USB 선 정리까지 신경 쓴 디자인에서 유독 휴대기기 연결이 편한 미국차의 특징을 떠올렸다.
차의 움직임은 묵직하다. 그렇다고 크라이슬러의 맏형(대형세단) 300C처럼 푸근한 맛을 주진 않는다. 300C는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소속이었던 시절 만들었고 200은 피아트 소속으로 만든 차다. 게다가 200은 알파 로메오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크라이슬러는 이점을 이유로 다이내믹한 운전을 할 수 있다 자랑하지만 체감하긴 어려웠다.
여기에 동급 최초의 9단 변속기가 적용됐다. 2.4리터 엔진은 최고출력 187마력(ps/6400rpm)에 최대토크 242kg·m를 낸다. 사실 200은 7단 내외에서도 충분히 고속을 내기 때문에 일상 운전에서 9단까지 경험하기란 어렵다.
스티어링휠은 묵직해도 핸들링(차체 움직임)은 부담이 없다. 방향을 트는 대로 차체는 잘 따라온다. 초반 가속에서 불쑥 튀어나가는 느낌을 제외하면 시속 100km내외의 중고속에서는 안정적이다. 제동력도 좋은 편이다. 브레이크는 독일차보다는 솔직하다. 운전자의 생각보다 더 가볍고 빠르게 닿는 것이 독일차의 특징이라면 200C는 발에 힘을 주는 만큼 묵직하게 섰다.
이제야 보이는 겉모습은 확실한 '쿠페형'이다. 차 앞부터 뒤까지 전체적으로 곡선을 그린다. 앞쪽에서 뒤로 갈수록 차체가 두툼해 진다. 디자인에 충실한 탓인지 운전석이든 뒷좌석이든 헤드룸(머리 주변 공간)이 작은 편이다. 보통 체격의 남성과 여성을 번갈아 앉혀도 같은 결과다. 특히 높이가 낮다.
200C와 아래 사양인 200 리미티드의 눈에 띄는 큰 차이는 선루프의 크기 차이와 하이빔 어시스트, 안개등, 듀얼 에어컨이 빠진 것 정도 뿐이다. 200C의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0.5km(가솔린). 도심 출퇴근 운전에서도 비슷했다. 연비는 국산 중형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가격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올-뉴 200 리미티드는 3180만원, 200C는 378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