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최고경영자(CEO)가 1년에 2~3개월은 '임금협상'에만 매여 있어야 합니다. 그럼 대체 일은 누가 해야 할까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특별좌담회. '외국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 노동시장'을 주제로 강단에 선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청중들에게 이렇게 반문했다.
호샤 사장은 "한국에 오기 전에 근무했던 우루과이나 파라과이에선 노사합의로 4년마다 교섭을 했는데 한국에선 한 해는 임금교섭, 또 한 해는 임금 및 단체교섭을 번갈아가면서 한다"며 "매년 협상을 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도 했다.
장기파업 사태를 낳은 금호타이어 사례를 보면 호샤 사장의 말을 이해하기 한결 쉽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가까스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졸업했다. 지난해 말 임금협상에선 급여도 올렸다. 하지만 올 들어선 중국 경기둔화 등으로 심각한 경영위기와 다시 맞닥뜨렸다. 상반기 매출액은 12.3% 줄었고 영업이익은 50%나 급감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임금인상과 성과급,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일시금 등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나섰다. 39일 동안 이어진 파업으로 금호타이어의 매출 손실은 1500억 원에 달했다. 협력사 손실도 400억 원을 웃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은 더 크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뿐만이 아니다.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은 벌써 석 달 가까이 노조 문제에만 매달려 있다. 영업망을 재건하고 실적을 회복할 묘수를 찾아야 하지만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 호샤 사장의 말마따나 "일은 누가 하나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법하다.
굵직굵직한 노동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와 기업, 노조가 머리를 맞대 해법을 마련하는 '노사정 대타협'은 물론 의미가 크다. 올해도 나름 성과가 있었다.
하지만 매년 연례행사처럼 치러야 하는 노사교섭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노사교섭 주기를 늘리는 방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개별기업 노무 담당자들의 말도 한번 곱씹어볼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