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녹여 금속 캔다..폐기물로 수십억 버는 도시[넷제로케이스스터디]

쓰레기 녹여 금속 캔다..폐기물로 수십억 버는 도시[넷제로케이스스터디]

고양(경기)=권다희 기자
2026.04.25 08:30

<17>고양시 폐기물 '자원순환' 구현 사례
생활폐기물 처리하는 고양환경에너지시설, 고온에서 녹이는 방식으로 금속 재판매
금속판매 수익 작년 12억…인근 체육시설 열 공급해 주민 복지↑
고양시 음식쓰레기 60% 처리하는 고양바이오매스에너지시설
음식물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바이오매스 추출해 열 에너지·퇴비로

고양시의 생활폐기물의 60%를 처리하는 고양환경에너지시설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고양시의 생활폐기물의 60%를 처리하는 고양환경에너지시설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백석 체육센터 수영장은 난방비를 따로 내지 않는다. 인근에 있는 쓰레기 소각장에서 나온 열을 끌어다 쓰기 때문이다. 덕분에 연간 약 2억원의 난방비가 절감된다. 버려진 쓰레기가 주민 복지로 돌아오며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줄이는 구조다.

이렇게 쓰레기가 '돈'이 되고 있다. 단순히 태워 없애는게 아니라 금속, 가스까지 뽑아내며 연간 수십억원 규모의 수익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고양시 사례는 폐기물 자원순환을 가장 입체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고양시가 건설한 백석체육센터 전경. 이 곳의 난방열은 인근 고양환경에너지시설에서 공급된다. /사진=권다희 기자
고양시가 건설한 백석체육센터 전경. 이 곳의 난방열은 인근 고양환경에너지시설에서 공급된다. /사진=권다희 기자
1700도 고온으로 녹여 '금속'을 캐다

지난 3일 찾은 고양환경에너지시설은 고양시 생활폐기물(종량제봉투에 담긴 폐기물)의 약 60%를 처리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에서 경남 양산과 함께 단 두 곳뿐인 '용융(Melting)' 방식 소각장을 운영 중이다. 용융이란 폐기물을 단순히 불에 태우는 일반 소각과 달리 1700℃ 이상의 초고온에서 폐기물을 완전히 녹여버리는 방식이다.

이 시설을 책임지고 있는 신호철 고양도시관리공사 환경에너지처장은 "투입된 쓰레기는 열분해 용융로에서 코크스, 석회석과 섞여 고온으로 녹는다"며 "이 과정에서 쓰레기 속에 포함된 금속 성분을 회수해 판매하는 것이 우리 시설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에서 회수된 메탈은 연간 약 780톤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메탈 판매 수익만 12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는 판매단가가 지난해보다 3배가량 올라 수익 규모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소각 후 남은 잔재물 역시 버려지지 않는다. 연간 6600톤가량 발생하는 슬래그(찌꺼기를 굳힌 알갱이)는 보도블록이나 아스팔트 혼합재로 재탄생한다.

극대화된 에너지 회수 효율도 눈에 띈다.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스팀으로 터빈을 돌려 시설 자체의 전기를 생산하고 남은 열은 지역난방공사에 판매해 연간 25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 처장은 "다른 소각장들도 열 판매를 하지만 우리는 메탈 판매와 슬래그 재활용을 하고 복지 차원에서 체육센터에 직접 열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자원순환을 더 다각도로 이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양시의 생활폐기물 자원회수/그래픽=김지영
고양시의 생활폐기물 자원회수/그래픽=김지영
'음쓰' 처리 과정서 뽑아내는 에너지

고양환경에너지시설에서 차로 약 20여분 거리에 위치한 고양바이오매스에너지시설은 음식물 쓰레기를 '가스'로 바꿔 지역난방공사에 팔고 있다. 고양시와 협업해 2019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고양바이오매스에너지시설은 하루 250톤, 연간 약 4만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고양시 전체 발생량의 약 60%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 시설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의 '혐기성 소화'를 자원순환에 활용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밀폐된 공간에 넣으면 미생물이 산소 없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 흔히 음식물쓰레기에서 나는 냄새가 이같은 발효 과정에서 비롯된다. 이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해 다시 에너지로 만든 것이다.

특히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바이오가스를 생산한 뒤 인근 집단에너지 시설에 팔면서 내는 수익은 연간 약 2억2000만원에 이른다. 시설 내부에서도 악취 제거 설비인 RTO(축열식 연소산화 장치)의 연료로 직접 사용해 연간 약 2억원의 비용을 아끼고 있다. 가스를 뽑아내고 남은 찌꺼기는 톱밥과 섞어 25일간 숙성시키면 퇴비가 된다. 고양시는 이 퇴비를 관내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재우 고양도시관리공사 바이오매스에너지처 과장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생산해 판매하거나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수익과 비용 절감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음식쓰레기가 에너지와 비료로 바뀌는 과정/그래픽=김지영
음식쓰레기가 에너지와 비료로 바뀌는 과정/그래픽=김지영
'배달 음식' 탓 높아진 쓰레기 열량..소각장의 고민은

올해부터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서 소각 시설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고양시의 사례는 폐기물의 '지속가능한 자원화'가 어떻게 구체화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자원순환 시설들이 최근 겪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쓰레기의 '질' 변화다. 배달 음식 소비가 늘면서 종량제 봉투에 담긴 비닐과 플라스틱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닐과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배출 단계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비닐과 플라스틱은 그 자체가 석유화학 제품이라 불에 탈 때 발생하는 열량(발열량)이 매우 높다. 과거에는 쓰레기 발열량이 1kg당 약 1800~2000kcal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3000kcal가 넘어간다. 소각장이 감당할 수 있는 발열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각장이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 양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신 처장은 "처음 소각장을 설계할 때보다 쓰레기 발열량이 높아지다 보니 설비가 부하를 견디기 어려워지고 있어 이 점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고양환경에너지시설 내부,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쓰레기 처리 과정 중 일부/사진=권다희 기자
고양환경에너지시설 내부, 일반인들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쓰레기 처리 과정 중 일부/사진=권다희 기자

고양환경에너지시설 안 관제실/사진=권다희 기자
고양환경에너지시설 안 관제실/사진=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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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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