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석유화학제품 원료를 생산하는 넘버1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공장 주변은 거대한 설비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고온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파이프들을 통해 공장 내 다른 곳으로 전달된다. 이 에너지는 주로 공장 내 설비를 운영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이렇게 아낀 비용만 연간 60억 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중 넘버2 BTX 공장에 이 시스템을 추가 설치한다.
최진우 기술기획팀 팀장은 "넘버2 BTX 공장에서의 에너지 절감 비용은 연간 15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 회사이지만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거대한 기계장치들 사이 곳곳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에너지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여건에서 정유공장의 에너지 관리가 원가경쟁력을 이끌어가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제품 제조원가 중 원유도입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3%이며 스팀 등 에너지생산 비용이 약 5%를 차지한다.
대산공장 내 건설 중인 현대케미칼의 혼합자일렌(MX) 생산 공장에도 에너지 절감기술이 적용된다. 생산시설 중 일부는 두 개의 설비를 하나로 합친 후 내부에 격벽을 쌓고 있다. 적은 에너지로도 두 가지 생산 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짓고 있는 것.
기존보다 30~40% 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최 팀장은 "신기술 적용에 대한 부담감, 운전환경 변화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공장 설계 시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설비는 한 엔지니어가 수익개선 발굴 회의에서 냈던 아이디어를 적용한 사례다. 대산공장 엔지니어들은 10개 그룹으로 나눠 격주에 한 번씩 수익개선 발굴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 채택한 아이디어는 즉시 현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주변 석유화학업체들과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게 원료 공동 활용 사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고압의 스팀을 인근 KCC와 씨텍(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합작한 설비공급회사)에 저가에 공급한다. 대신 현대오일뱅크는 인근의 석유화학사로부터 수소를 구매한다. 석유화학사가 공장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수소를 현대오일뱅크에 저렴하게 팔고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60억 원에 달하는 수익성 제고 효과를 누리게 됐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부사장)은 "규모가 작은 회사가 덩치 큰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원가절감뿐"이라면서 "현대오일뱅크 엔지니어들은 공장 내 사소한 부분도 지나치는 법이 없이 늘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