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폐에너지, 다시 쓰고 나눠 쓰고…수십억원 아낀다"

서산(충남)=기성훈 기자
2016.03.22 09:21

현대오일뱅크, 폐열 수집해 에너지원 공급..대산단지 내 타사와 원료 공동 활용 협력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내 넘버1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공장에 설치된 폐열처리시스템./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석유화학제품 원료를 생산하는 넘버1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공장 주변은 거대한 설비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소음으로 가득했다.

고온 제품을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은 파이프들을 통해 공장 내 다른 곳으로 전달된다. 이 에너지는 주로 공장 내 설비를 운영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이렇게 아낀 비용만 연간 60억 원에 달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상반기 중 넘버2 BTX 공장에 이 시스템을 추가 설치한다.

최진우 기술기획팀 팀장은 "넘버2 BTX 공장에서의 에너지 절감 비용은 연간 15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면서 "에너지 회사이지만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거대한 기계장치들 사이 곳곳에서 현대오일뱅크는 '에너지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 여건에서 정유공장의 에너지 관리가 원가경쟁력을 이끌어가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실제 석유제품 제조원가 중 원유도입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3%이며 스팀 등 에너지생산 비용이 약 5%를 차지한다.

대산공장 내 건설 중인 현대케미칼의 혼합자일렌(MX) 생산 공장에도 에너지 절감기술이 적용된다. 생산시설 중 일부는 두 개의 설비를 하나로 합친 후 내부에 격벽을 쌓고 있다. 적은 에너지로도 두 가지 생산 과정을 소화할 수 있도록 짓고 있는 것.

기존보다 30~40% 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최 팀장은 "신기술 적용에 대한 부담감, 운전환경 변화 등의 우려가 있었지만 공장 설계 시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설비는 한 엔지니어가 수익개선 발굴 회의에서 냈던 아이디어를 적용한 사례다. 대산공장 엔지니어들은 10개 그룹으로 나눠 격주에 한 번씩 수익개선 발굴 회의를 연다. 회의에서 채택한 아이디어는 즉시 현업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에너지 절감을 위한 주변 석유화학업체들과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현대오일뱅크 공장이 있는 대산석유화학단지는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게 원료 공동 활용 사업이다.

현대오일뱅크는 대산공장 인근 석유화학회사들과 공동 배관망을 구축해 스팀과 수소 등의 부산물을 거래해 에너지 생산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고압의 스팀을 인근 KCC와 씨텍(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합작한 설비공급회사)에 저가에 공급한다. 대신 현대오일뱅크는 인근의 석유화학사로부터 수소를 구매한다. 석유화학사가 공장을 가동할 때 발생하는 수소를 현대오일뱅크에 저렴하게 팔고 현대오일뱅크는 이를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오일뱅크는 60억 원에 달하는 수익성 제고 효과를 누리게 됐다.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안전생산본부장(부사장)은 "규모가 작은 회사가 덩치 큰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원가절감뿐"이라면서 "현대오일뱅크 엔지니어들은 공장 내 사소한 부분도 지나치는 법이 없이 늘 고민하며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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