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와 탈세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퇴임후 대기업 사외이사를 복수로 맡으며 억대의 수입을 올려 온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홍 변호사는 2011년 8월 검찰을 떠난 이후 줄곧 기업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특수수사에 잔뼈가 굵은 법조인인 동시에 재계 인맥도 상당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수페타시스→레드캡투어→LG전자, 연이어 사외이사
첫 번째 사외이사는 이수그룹 주요 계열사로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드는이수페타시스에서다. 2011년 11월 선임돼 2014년 11월까지 3년간 재직했다.
영입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은 미국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으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위로 각계의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2~2014년에 열린 이수페타시스 이사회에서 홍 변호사의 참석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사회 5번 중 1번도 채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 홍 변호사는 매년 2400만~261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이수페타시스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2015년 3월부터는 범 LG가(家) 기업들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여행사레드캡투어와LG전자등이다. 레드캡투어는 고 구인회 LG 창업 회장의 육 형제 중 셋째인 고 구정회씨의 손자인 구본호씨가 최대주주다.
새로운 회사에서 홍 변호사의 이사회 참석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LG전자 8300만원을 비롯해 두 회사에서 받는 사외이사 보수는 9100만원(레드캡투어는 평균치로 추정)이다.
재계에서는 통상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할 때마다 교통비 등의 명목으로 사례금을 별도로 받는 점을 감안하면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본다.
◇법적인 문제 없지만…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묘한 인연, LG '당혹'
홍 변호사의 사외이사 겸임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LG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될 때 일부 주주(트러스톤자산운용 등)가 반대하기도 했다. LG전자 이외에 레드캡투어 사외이사와 에이치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등 3개 회사 임원을 겸하게 돼 법령상 자격요건(상법시행령에 상장사 사외이사는 3개 이상 회사의 이사·집행임원·감사를 겸임하지 못하도록 규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에이치앤파트너스 같은 법무법인은 상법상 '회사'에 포함되지 않는 특수법인이라 해당 사항이 없다는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에 따라 홍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변호사를 영입한 LG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홍 변호사는 2009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 일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수사한 경력 때문에 지난해 LG전자 이사회에 합류 할 당시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공교롭게 LG전자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 아들 노건호씨를 신입사원으로 뽑았었다. LG는 노씨가 신입사원 시절 결혼하자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수뇌부가 결혼식에 직접 참여해 축하하는 등 애정을 쏟았다. 노씨는 현재 휴직 중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 홍 변호사로부터 신변(사외이사직)거취와 관련한 어떠한 말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아직은 어떤 이야기를 할 단계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LG전자 정관에는 회사가 사외이사의 자격을 먼저 박탈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상법 등 법률적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외이사 자격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홍만표 변호사는? 친정 조사받는 특수수사 전문가
한편 검찰은 10일 홍 변호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홍 변호사는 2014년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마카오에서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사건 변호를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의 로비의혹이 제기됐다. 정 대표는 당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정운호 게이트'와는 별개로 홍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호를 한 뒤 거액의 수임료를 받아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홍 변호사의 사무실 회계 책임자를 불러 탈세 의혹을 캐묻고 있으며 홍 변호사에 대한 소환여부도 조만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정 대표의 형사사건 처리과정에서 '전관(前官) 로비'에 나서며 100억원대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최유정 변호사가 구속된 상황에서 향후 홍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다.
홍 변호사는 강원도 삼척 출신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부산지검 울산지청 검사, 서울지검 특수부 1·2·3부 검사를 거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서울지검 특수3부 부장검사, 법무부 대변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 부장(검사장) 등을 지냈다.
2011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으며 현재 법무법인 조홍 공동대표 변호사와 법무법인 에이치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