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기획-위기의 교사들]②징계 늘었지만, 사후 대책에 불과…교내 억압적 조직문화 개선돼야

#서울 소재 A고등학교 미술교사로 근무하는 B씨는 수업시간에 C여학생의 가슴을 만지고 평소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지난해 7월 직위해제됐다. 그는 방과후수업 미술실에서 B학생에게 "너 가슴이 D컵이지?" 물어보고 학생이 기지개를 펴자 "볼륨감 쩐다"고 말했다. 이후 허벅지와 팔을 만지다가 옷 속으로 손을 넣기도 하고 팔 사이로 양쪽 팔을 끼고 양손으로 가슴을 쥐는 등 성추행을 했다.
같은 학교 영어교사 D씨도 같은 혐의로 직위해제됐다. 그는 얼굴이 예쁜 여학생에게 '춘향이' 등의 별명을 부르고 수업시간에 사탕과 초콜릿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사탕을 사서 모 여학생과 데이트를 합니다. 그게 원조교제"라고 발언하는 등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줬다.
매년 스승의 날이 다가올때마다 정부가 '매 맞는 선생님' 등 교권 침해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스승 존경심에 대해 환기하고 있지만, 일부 교사들은 여전히 '학생 성추행'을 일삼는 등 스승답지 않은 행동과 태도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교육부가 지난해 징계 양정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사후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내 성추행을 근절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파면·해임 등 배제징계를 받은 교사는 총 61명으로 전년(2014년말) 22건에 비해 177% 증가했다.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등 전체 징계 가운데 배제징계가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52.4%에서 64.9%로 뛰었다.
이는 지난해 4월, 성범죄 징계양정기준을 강화한데 따른 결과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실제로 기준 강화 전(2011년 1월 1일부터 2015년 4월 8일) 배제징계 비율은 43.9%였지만, 기준 강화 후(2015년 4월 9일~2015년 12월 31일) 배제징계 비율은 70.3%에 달했다.
교육부가 이처럼 징계 양정 기준을 강화한 배경에는 위에서 언급한 서울 소재 고등학교 사례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해당 사례는 교육계에서 '성비위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릴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교사-교사간 성추행 뿐만 아니라 교사-학생간 성추행, 학교측의 은폐 및 축소 등 모든 부정·비리 유형이 포함돼 당시 여론의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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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해 이 사건을 계기로 법령 강화를 충분히 했고 학교 현장에도 수시로 알렸다. 또 교사들 연수도 강화하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사고치면 다 잘라버릴 것'식으로 엄포를 놓은 셈이니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생에 대한 교사의 성추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스승의 날을 코 앞에둔 지난 12일에는 전남 여수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 여학생이 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앞서 11일에는 광주의 모 중학교 미술교사가 지난달 학생 5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교사 성비위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교내 조직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에서부터 아래로의 수직적·억압적인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성비위 사건은 계속 발생할거라는 지적이다.
박종훈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변호사는 "A고등학교의 경우도 가해 선생님과 피해 학생의 관계를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 그 누구도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사후에 밝혀졌다"면서 "교장·교감 등 관리자가 직원들을, 부장교사가 평교사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형성돼야 결국 교사도 학생들을 존중하게 되고 학생들도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을 경우 편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