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차 경품전쟁...망각된 존재의 이유

장시복 기자
2016.07.06 05:30

"아껴야 잘살죠."

벌써 25년이 지난 국내 1호 경차 '티코(대우차)'의 유명 광고카피다. 얼마전 '경차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을 찾았다가 문득 그 말이 떠올랐다.

그만큼 당시 '국민차'로 불린 경차의 실용적인 특성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했기에 오랜 시간이 흘러도 뇌리에 깊게 각인돼 있었다.

이제 우리나라 경차 가격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000만원을 뚫고 올라갔다. 경차 상위 모델 가격은 소형차 하위 모델을 앞지른다. "경차가 더이상 경차가 아니다"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물론 다른 급 차들의 가격 오름세를 보면 일견 이해할 만도 하다. 단순했던 경차의 내부 사양들도 더 화려해졌고, 아킬레스건인 안전을 보완키 위한 장치도 많아졌다.

그런데 요즘 제살깎아먹기식 경차 혈투를 보면 '1000만원'이라는 가격을 정당화할 명분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지난해 8월 스파크의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된 이후 약 8년 만에 전통의 강자 모닝을 꺾으며 경품 전쟁이 촉발됐다. 이후 순위가 엎치락 뒤치락하자 경쟁적으로 김치냉장고와 무풍에어컨·냉장고에 이어 UHD TV까지 파격적인 경품을 쏟아냈다. 경차 값의 5분의 1(200만원대) 수준의 경품들이었다.

출혈 경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 브레이크를 걸 수 없는 속내들이 있다. 내수 판매 확대 특명을 받은 제임스 김 한국GM 사장으로선 현실적으로 볼륨모델인 스파크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올 연말 모닝의 풀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기아차로선 경차 1위 자존심을 수성하면서도 이참에 기존 모델 재고를 털고 가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런 계산이 깔리면서 경차에 어울리지 않는 거품 경품 경쟁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모닝 신차가 나올 때 까진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당장은 소비자에게 달콤한 유혹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고객들은 "그렇게 팔고도 마진이 남는다면, 원래부터 경차 가격을 '적가'에 책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는다. 지금의 일시적인 경품·현금할인 경쟁 후유증이 나중에 결국 조삼모사 식으로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닌지 우려도 나온다.

경차가 최근 '세컨드카'로도 많이 활용되지만 여전히 대다수는 '서민의 발'로 쓰인다. 시대가 바뀌어도 경차의 기본은 실용성과 경제성, 그리고 안전성이다.

경품이 아닌 경차 경쟁의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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