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미국 등 각국 법원을 대상으로 '스테이오더(Stay Order·법원 압류금지명령)' 승인 요청에 나섰다.
2일 해운업계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법무팀을 중심으로 선박 추가 억류를 막기 위해 스테이오더를 각국 법원에 신청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신청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인인 석태수 대표이며, 대상 국가는 유엔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외국도산절차 제도(CBI·Cross Border Insolvency)를 갖추고 있는 43개국이다.
스테이오더 승인에 나서는 이유는 한진해운이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회생 절차 개시 명령을 받음에 따라 국내에선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가압류를 피할 수 있지만 해외에선 법적 효력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스테이오더는 선박 억류(압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추가 억류를 피하는 것은 물론 이미 싱가포르항에서 억류된 '한진로마호'도 억류 해제돼 한진로마호에 타고 있는 선원들도 풀려날 수 있다. 한진로마호는 지난달 31일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자 마자 독일 선주 리크머스가 한진해운으로부터 밀린 용선료를 받기 위해 싱가포르항에서 억류중이다. 지금까지 억류된 선박은 한진로마호 1척이다.
그러나 스테이오더가 입·출항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 입·출항 문제는 한진해운이 해당 항만 및 항만서비스업체에 관련 비용을 지불해야 해결될 수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외 선박금융 규모가 1조5000억원, 용선료 등 상거래채무 연체가 6500억원으로 선박이나 컨테이너 압류 가능성이 큰데 스테이오더를 승인받으면 압류를 막을 수 있다"며 "물류대란으로 한시가 급해 패스트트랙으로 스테이오더를 신청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서울중앙지법도 "한진해운 선박이 기항지에서 압류되지 않도록 각 외국 법원에 스테이오더를 얻는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나라에 따라 법원이 스테이오더를 인정하는 곳이 있고, 인정하지 않는 곳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은 스테이오더를 대부분 인정해주지만 중국, 파나마 등 11개 국가는 스테이오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1일 중국의 상하이·닝보, 신강, 샤먼 지역에서는 한진해운 선박에 대해 입항이 거부돼 해당 선박들과 그 안에 타고 있는 선원들은 바다 위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013년 STX팬오션의 경우도 법정관리인이 스테이오더를 신청했다. 팬오션의 경우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일본, 필리핀, 싱가포르, 멕시코, 벨기에, 남아공에서 스테이오더를 승인받았다. 이들 국가들에서도 국내처럼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인정받아 선박 압류를 피한 것이다. 그러나 대만과 홍콩에서는 스테이오더가 기각됐다.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달 31일부터 중국 뿐 아니라 발렌시아(스페인), 사바나·롱비치(미국), 프린스루퍼트(캐나다), 싱가포르(싱가포르), 요코하마·모지(일본), 시드니(호주), 함부르크(독일)에서 하역작업을 거부당해 정박 대기 상태다.
미국 롱비치에서는 선박이 입항은 했지만 하역업체들의 반발로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통항료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에즈 운하 통항이 거부당했다. 수에즈 운하는 1회 통항료가 70만달러(약 7억8000만원)에 달한다.
부산은 부산항만공사의 중재로 입·출항 문제가 풀렸다. 이날 오후 외항에 대기중이던 한진저머니호 등이 순차적으로 터미널에 접안해 하역작업을 진행중이다.
2일 오후 현재 한진해운에 따르면, 정상 운항을 하지 못하는 선박은 컨테이너선 41척, 벌크선 4척 등 총 45척이다. 한진해운이 운영하는 선박은 사선 37척·용선 61척 등 총 98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