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의 원래 목적지는 인도인데 중국 상하이까지 갔을 때 법정관리에 들어가 해양수산부 방침에 따라 부산항으로 회항했다. 목적지에 가지 못했는데도 부산→상하이→부산행으로 인한 운임을한진해운에 내야 한다. 부산항에 화물을 내려 다른 컨테이너선으로 갈아탔으니 다른 선사에 또 운임을 냈다. 운임이 더블이 된 셈인데도 보험 적용은 안된다."(포워딩업체 이사 A씨)
"지금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간 특수 상황이다. 처음 부산항에서 화물을 실은 비용, 중국까지 간 기름값, 나중에 부산항에서 화물을 내린 비용은 화주 측이 부담해야 할 것 같다."(한진해운)
법정관리 시점을 전후해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했던 화주들의 손해가 하역 지체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3주째를 맞이하면서 화주들의 손해배상청구(클레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아직 손해배상청구 접수 건수가 미미하지만 해운업계 관행에 비춰보면 약정 운송시기로부터 약 3~4주일이 경과되면 화주들이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게 된다.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의 가액은 140억달러(약 15조원)인데 하역이 지체되면서 화물 운송 지연 등으로 화주들이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게 되면 손해배상채권이 늘게 된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6부는 "화주의 손해배상채권이 조 단위 금액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약정 운송시기 이후 3~4주까지 하역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화주나 용선주의 선박압류 시도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약정 운송 시기는 운송 계약마다 다르지만, 법정관리를 전후한 시점이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3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출입 업체 총 431개사가 441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 화물금액은 약 1억5500만달러에 달한다.
포워딩업체 이사 A씨는 "우리는 화주들과 계약에 따라 화물 운송을 완료할 책임이 있다"며 "한진해운이 파산해버려서 항로 변경이나 지연 등으로 인한 손해를 지금은 우리가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주인 B씨는 "한진해운이 파산할 줄 알았겠느냐"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신청 바로 전날인 8월 30일에도 괜찮다고 화물을 실으라고 했는데 회사 사정이 조금 어렵다거나 하는 말을 해줬으면 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워딩업체 관계자 C씨는 "국내 화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외국 화주들도 많은데 한진해운 사태는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앞으로 운송 오더 넣을때 한국 선사에는 넣지 말자고 하면 어쩔 것이냐"고 반문했다. C씨는 과거 중동 정세가 불안할때 중동 선사를 기피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운송지연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나타나면서 화주들은 보험 청구 여부 검토에 나섰지만, 대부분의 '적하보험'이 해운사 파산시에는 적용되지 않아 화주들은 막막해하고 있다.
화주와 해운사가 계약을 맺을 경우 화주는 화물에 대한 파손, 훼손, 멸실 등 직접 피해에 대한 보험(적하보험)을 보통 가입하는데, 해운사 파산시에는 적하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화주 C씨는 "우리나라가 해상법이 별로 발달돼 있지 않아 국제법인 '헤이그비스비 규칙'에 따라 그런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