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지원에 나선 대한항공이 자체 재무구조개선을 추진하기 위해 발행키로 했던 신종자본증권 3억달러 발행이 연기되면서 대한항공의 유동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차입금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데다, 환율과 유가 등 영업현금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4분기에는 긍정적인 신호보다는 부정적 신호가 더 많다는 우려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신용평가회사들이대한항공의 유동성 문제를 잇따라 제기하고 있는 이유다.
◇1000%를 넘어선 부채비율…기한이익 상실규모만 1조 4000억원=2015년말 기준 대한항공의 원화 공모 회사채 잔액은 총 1조 5700억원. 이중 1조 4200억원은 연결기준 부채비율 1000% 유지조건이 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부채비율이 1000%를 넘는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사채권자 집회 결의에 따라 회사에 서면통지로 기한이익상실을 선언하고 원리금을 즉시 회수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분기 부채 21조 1956억여원에 자본 2조 3097억여원으로 부채비율 918%였으나, 2분기에는 부채 22조 3324억원, 자본 2조 63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기한이익상실 범위를 넘어선 1082.16%까지 올라섰다.
대한항공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9월 자본으로 인식되는 만기 30년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3억달러 발행을 추진했으나, 투자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해 실패했다.
대한항공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약 3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했다면 부채비율은 1082%에서 945% 정도로 떨어져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해소될 수 있었다. 이 경우 1조 4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가 한꺼번에 회수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아직 그 사유를 해소하지 못해 현재로선 부채비율을 맞출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대한항공 측은 "올해 중으로 다시 3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확충해 기한이익상실 사유를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과 유가, 금리의 긍정적 신호는 어디까지=외화 부채 및 리스비용이 많고, 연간 30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 대한항공 입장에선 환율과 유가, 금리는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2015년말 대한항공의 외화차입금 및 외화금융리스 규모는 약 11조 9316억원으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시 외화차입금에 대한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
올 들어 3월 이후 환율은 대한항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4분기다. 원달러 환율은 3월 4일 달러당 1244.7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7개월간 하락추세를 보이며 9월 30일 종가 기준 1104.00원이다. 고점 대비 11.3% 하락했고, 금액으로는 140.7원 떨어졌다. 3분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내놓은 투자설명서에서 외화부채가 94억달러 가량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940억원 가량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그동안 원화가치 하락(환율상승)으로 1조 3000억원 내외의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올 연말 이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달러 강세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9월 7일 1090.50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말 1104원까지 오른 상태다.
대한항공의 2015년말(별도기준) 변동금리부 차입금은 약 10조 7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차입금(약 15조 3557억원)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금리 1%가 올라가면 1070억원 규모의 이자비용이 늘어난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방침은 대한항공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유가도 최근 3년간의 추이를 보면 올해 대한항공에는 우호적이었다. 2014년 8월말 100달러선(두바이유 기준)을 유지하던 유가는 2년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여 올 초 25달러선까지 하락해 항공유 가격을 떨어트리면서 항공업계에는 단비 역할을 했다. 유가는 지난달 29일 기준 46.8달러까지 다시 상승했다.
연간 30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사용하는 대한항공은 지난해에만 유류비로 2조 6808억원을 썼다. 이는 전체 영업비용의 26%에 달하는 규모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로 향후 유가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1달러가 상승할 경우 연간 3000만배럴을 사용하는 대한항공의 영업비용은 3000만달러(약 330억)가 늘어나게 돼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의 특성상 유가와 환율, 금리에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경우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서면서 또 다른 유동성 리스크를 안게 돼 빠른 자본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