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프레지던트 리스크' 선빵 맞은 삼성

심재현 기자
2017.02.06 05:1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로 삼성그룹이 외통수에 몰렸다. 지난 3일 보도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보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땡큐 삼성'이라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선빵'을 맞았다"고 했다. 난처한 표정만큼이나 거친 표현이었지만 상황이 딱 그랬다. 미국 현지공장 건설은 아직 검토 단계의 계획이다. 트럼프의 앞질러 간 감사 인사가 겉보기만큼 공손한 표현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만한 대목이다.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세운 트럼프의 당선 이후삼성전자의 미국공장 추가 건설 가능성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됐다. 반도체공장에 비해 무게감이 적은 가전공장이 주로 거론됐다. 가전공장은 착공부터 가동까지 1년이면 가능하다고 알려진다. 문제는 적잖은 공장건설 비용과 높은 인건비다.

삼성이 첫 보도 이후 이틀이 지나도록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감사 인사를 물릴 묘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현지공장을 세울 때 감당할 비용과 그렇지 않을 경우 각오해야 할 국경세를 저울질한 결과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도요타를 향해 "미국에 공장 지을래, 국경세 물릴까?"라는 SNS를 남긴 뒤 5분 만에 도요타 주식 시가총액 12억 달러가 증발했다.

일각에선 이왕 이렇게 된 바엔 삼성이 먼저 '선빵'을 날리지 못한 걸 아쉬워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제 막 4년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에 따라 반도체공장 증설 카드까지 내놔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일부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을 무대로 뛰는 삼성에 미국시장의 문턱을 틀어쥔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 설정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그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철학은 어떻게든 극복해야 할 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른바 '프레지던트 리스크'"라고 말했다. 내우외환, 안방과 바깥시장에서 잇따라 코너에 몰린 요즘 삼성의 상황을 보면서 곱씹게 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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