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아일랜드에 이식한 'SK式' 생산혁명, 4조 가치 만든다

더블린(아일랜드)=안정준 기자
2018.06.06 10:00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인수한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가보니...

지난 5일(현지시간) SK바이오텍 직원들이 원료의약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 하고있다./사진제공=SK㈜

5일(현지시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13km 차를 달려 도착한 스워즈 시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SK㈜가 지난해 6월 인수하기 전까지 이 곳에 위치한 'SK바이오텍 아일랜드'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다국적 제약사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원료의약품(API) 핵심 생산기지였다. 인수 후 1년이 지난 현재, SK바이오텍 아일랜드는 제약·바이오 산업에서도 미국·유럽 등 글로벌 플레이어와 겨루려는 SK의 세계시장 전초기지로 탈바꿈했다.

SK바이오텍 아일랜드는 BMS 산하 시절부터 세계 2위 화이자를 비롯,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에 원료의약품을 50년간 공급했다. SK바이오텍 아일랜드의 연평균 영업이익률은 26%. 이 같은 공급망이 아일랜드 공장 인수를 통해 SK가 당장 얻은 최대 자산이다.

김현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상무(공장장)는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단순히 돈만 있다고 생산설비를 인수할 수 없다"며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 사업인 만큼 인수자의 품질관리 및 연구개발 능력이 검증돼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SK는 20년 전 대전 공장을 시작으로 제약산업에 손을 댔다. 100년 이상 역사의 유럽 제약사보다 경험은 일천했지만, 정유·화학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만큼 화학 공정을 바탕으로 한 제약산업에 대한 적응 속도는 빨랐다.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하던 시점에는 의약품 생산 계열사 SK바이오텍 산하 대전, 세종 2개 공장에서 BMS등 글로벌 제약사의 핵심 제품 원료를 생산하고 있었고 신약 개발 계열사 SK바이오팜은 독자개발 신약 출시를 눈앞에 둔 상태로 도약했다.

20년만에 100년 기술을 따라잡은 SK 공장 운용 능력은 아일랜드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화학물질 투입, 반응, 분리정제, 여과건조로 구분된 공정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고 있었다. 핵심은 원하는 약효 물질을 만들어내는 반응 공정. 5개 화학물질이 대형 압력솥을 연상케 하는 리액터(반응기) 속에서 사람을 살리는 새로운 화학 방정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곳에서는 연간 500만명이 쓸 수 있는 당뇨치료제 원료가 생산된다.

지난 5일(현지시간) SK바이오텍 직원들이 완성된 원료의약품의 품질을 연구개발실에서 최종 검사하고 있다/사진제공=SK㈜

사실 SK가 아일랜드에 둔 '수'는 공장운용 능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사업 이상을 바라본다. BMS 시절부터 누적된 이곳 공장의 원료생산 노하우를 세종공장에 이식하는 한편, 대전공장과는 연구개발(R&D)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다. 아일랜드를 축으로 대전과 세종의 생산효율을 끌어올려 더 많은 글로벌 고객사를 빨아들이겠다는 '삼각편대' 전략이다.

SK만의 노하우도 아일랜드에 반영된다. 석유화학 생산기술인 '연속공정'이다. 여러 화학물질을 한번에 리액터에 넣어 섞는 것이 기존 BMS식 공정이었다면, 연속공정은 실시간으로 투입되는 물질의 양과 농도를 조절해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다. 김 상무는 "연속공정은 현재 추진중인 아일랜드 공장 증산 라인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를 축으로 한 SK식 생산혁명은 결국 SK 신약 사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독자개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미국시장 상업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데, 시장가치 4조원에 육박하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다. 생산을 맡은 SK바이오텍이 SK 신약의 든든한 뒷심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세노바메이트의 상업화로 이 신약 가치 4조원이 현실화되면 SK바이오텍의 매출과 기업가치가 오르는 것도 기정 사실이다.

SK바이오텍의 목표인 '2020년 매출 1조5000억원, 기업가치 4조원 이상의 글로벌 톱10 의약품 생산기업'이 허언이 아닌 이유다. 지난해 SK바이오텍의 매출은 약 1100억원.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들이 추정한 비상장사 SK바이오텍의 가치는 약 1조5000억원. 아일랜드에 씨를 뿌린 SK의 제약·바이오 도전이 2년 후 매출 10배, 기업가치 2.5배의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SK 바이오텍 아일랜드 본관 전경/사진제공=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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