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항공 마일리지 8000억원치 내년에 왜 사라지나?

황시영 기자
2018.12.11 17:54

[흔들리는 공든 탑, 마일리지]<2>부채비율을 낮추려 유효기간 지정…대한항공·아시아나 총 2.6조원 규모

[편집자주] 내년부터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용처는 제한적인데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줬다 뺏는다”는게 불만의 요지다. 기업들이 ‘단골고객’ 확보를 위해 활용하는 마일리지·포인트에 유효기간을 두는 이유가 뭔지, 각 업권별 운영실태는 어떤지 살펴봤다.
대한항공 '737-900ER' 항공기/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과아시아나항공은 2008년에 처음으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정했다. 마일리지가 수명이 정해진 시간 상품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대한 마일리지 첫 소멸이 내년 1월부터 시작된다.

당초 2008년 대한항공은 5년, 아시아나항공은 5~7년(우수회원은 2년 더 연장)의 마일리지 유효 기간 계획안을 발표했다. 2008년이 기준이 된 건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영향이 크다.

◇부채비율 낮추기 위해 2008년 마일리지 유효기간 지정=과거 회계 기준에서 마일리지는 항공권 판매 시점의 수익으로 보고 예상 비용을 추정해 충당부채로 인식했다. 반면 2010년 1월 1일 도입된 IFRS는 항공권 판매 대가 중 마일리지의 공정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사용시점 또는 유효기간 종료까지 이연했다가 수익으로 인식했다.

소비자들이 마일리지를 쓰지 않으면 계속 부채로 잡혔고, 항공사는 부채 부담을 안게 되면서 유효기간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후 2010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항공 마일리지 개선안'을 발표함에 따라 대한항공 10년, 아시아나항공 10~12년(우수회원 2년 더 연장)으로 변경됐다. 항공사들은 소비자들이 10년간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는 사용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소멸 처리하는 것이 회계상 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라 유효기간을 지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그동안 쌓아놓은 고객 마일리지 규모는 총 2조 6000억원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 가운데 내년에 소멸 대상이 되는 마일리지를 약 30%(80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소멸 규모가 얼마가 될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항공사들 좌석 승급·호텔 예약 등으로 마일리지 소진 이벤트=그렇다면 마일리지는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까. 마일리지를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곳이 바로 항공권 구매나 좌석 승급이다. 좌석 등급에 맞게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

이밖에 마일리지로 여행 패키지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호텔 예약도 가능하다. 렌터카도 빌릴 수 있다. 소액 마일리지로 다양한 로고 상품도 살 수 있다.

항공 마일리지 사용 노하우를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어디가시나영'(구독자 수 6만여명)을 참고해볼 수도 있다. 이 채널은 마일리지로 국제선 항공권을 살 때는 왕복이 아닌 편도로 끊고, 한국을 경유지로 삼아 구간을 나누라고 조언한다.

가령 내년 7월 31일 성수기(마일리지 공제율 150%)에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으로 인천에서 미국 LA까지 가면 일반 여행객은 편도 9만2500마일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인천→LA 직항 대신 홍콩, 도쿄 등 아시아 다른 지역에서 출발해 인천을 거쳐 LA로 가는 다구간 여정을 택하면 6만2500마일만 쓰면 된다는 설명이다.

외국 항공사들은 항공사별로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다르다. △에어캐나다는 7년 △에바항공은 5년 △에티하드항공은 2년 △루프트한자, 일본항공(JAL), 싱가포르항공, 에어차이나, 터키항공, 타이항공은 3년 △유나이티드는 18개월 △카타르항공은 1년 순이다. 델타항공은 유효기간이 없다.

핀란드 국적항공사인 핀에어는 마일리지를 바로 백화점 상품권(현대, 신세계, 롯데)으로 바꿀 수 있게 해준다. 유럽 주요 도시를 한번 왕복하면 비즈니스석은 약 15만원, 이코노미석은 1만5000원~10만원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가령 인천에서 헬싱키를 거쳐 베를린을 왕복할 경우 비지니스석은 4만 마일리지가 쌓이고 이를 바로 16만원 백화점 상품권으로 교환해준다. 이코노미석은 2만 마일리지이며 8만원권이 나온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예약할 수 있는 항공권 좌석이 적고 항공권 구매 외에는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사용처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지를 조사하고 이를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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