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SK그룹의 'CEO-이사회의장 역할 분리' 시도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다. 최태원 SK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지주회사인 SK㈜ 이사회의장으로 내정된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최 회장(CEO)과 고등학교·대학교 선후배로 깊은 친분을 갖고 있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의문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청아 OECD 파리본부 기업지배구조·기업금융부문 정책 애널리스트(policy analyst)는 22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친한 사이라는 점이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절대적인 결격 요건은 아니다"면서도 "염재호 고려대 총장 선임은 독립성이 떨어지므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SK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기준을 제고하고, 사외이사 선임시 경영진 역할을 축소하며 사외이사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OECD 기업지배구조원칙(OECD Corporate Governance Principles)은 "이사회가 기업 사안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판단(objective, independent judgement)'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상적으로는 경영진과 친인척 또는 가까운 관계가 아닌 독립적인 인사가 이사회의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미국 대기업도 반 이상, 한국은 상장회사의 90% 가량이 CEO가 이사회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최근 SK 최태원 회장의 행보가 의미가 없지는 않다"며 "실상 OECD 국가들도 사외이사, 감사를 결국 회장 지인이 맡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OECD 지배구조원칙에서는 이사회의장이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이 결여된다고 판단될 경우 독립성 결여를 보충해줄만한 '긍정적인' 자질('positive' examples of qualities)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5일 열리는 SK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출되면서 이사회의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최태원 회장과 신일고 및 고려대 동문이다. 나이는 6년 차이나는 친한 선후배 사이이다.
염 총장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1979년 장학생이다. SK의 지원을 받아 미국 유학길에 올랐던 것이다.
염 총장은 작년 8월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최종현 선대회장 20주기 추모행사에서 최 선대회장과의 대담영상을 진행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이 진행하는 상하이포럼에 참여했고, 지난해 SK 이천포럼에서 '사회혁신과 기업의 역할' 세션 패널로 참석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고려대가 짓고 있는 SK미래관 건설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3월 이사회에서 이사회의장 임기 만료에 따라 이사회의장직을 내려놓은 이후에도 등기이사는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서 경영진을 감시하거나 경영진에게 조언을 하는 기구다. 이사회의장은 이사들이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도록 이사회를 진행해야 한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는 경우 경영 효율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사회에서 건전한 감시와 비판이 나오기 어려워진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OECD 지배구조원칙에 따르면, 대표이사와 의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것이 최근 글로벌 경영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