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가스실에 공청기만 '덜렁'…다이슨 말레이시아 R&D센터를 가다

조호바루(말레이시아)=이정혁 기자
2019.03.05 17:00

[르포]다이슨 개발센터 첫 공개…발로 차고 집어던진 횟수 35회 등 내구성 실험도 진행

다이슨 말레이시아 개발센터 전경/사진제공=다이슨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은 1~2리터(ℓ)인 반면 공기는 1분에 6.25리터나 됩니다. 공기만 연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320만 리터가 넘죠. 이게 바로 우리가 공기청정기를 만든 이유입니다."

지난달 28일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있는 다이슨 개발센터에서 만난 피트 더켓 환경제어 기술분야 엔지니어는 "'공기도 정수(淨水)처럼 깨끗한 상태로 마셔야하지 않나'라고 생각한 게 공기청정기 출시까지 이끌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더켓 엔지니어는 "다이슨 말레이시아 R&D센터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VOC(휘발성 유기화학물) 테스트 큐브'로 안내했다. 문을 열자마자 닭살이 돋을 정도의 서늘한 기류가 순간 느껴지면서 담배에 절인 듯한 특유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도 그럴 것이 직사각형 모양의 투명한 큐브 바닥에는 담배 5개비가 동시에 태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4번에 걸쳐 총 20개비를 태우자 바닥에 담뱃재가 수북하게 쌓였다.

이런 상태에서 오만가지 먼지를 투입구에 넣으니 그야말로 독가스실이 됐다. 사람은 불과 몇 분도 견딜 수 없는 극한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암모니아와 아세트알데히드 등 독성 연기로 자욱해져야 비로소 필터링 효율 평가가 시작된다. 시중에서 팔리는 다이슨 공기청정기는 전부 이 실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제품이다.

더켓 엔지니어는 "인체가 접할 수 있는 12개월치의 오염 환경을 만든 다음 테스트에 돌입한다"며 "연기는 물론, 먼지와 기체까지 완벽하게 제거 가능한지 실험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이슨 말레이시아 개발센터에서 진행 중인 폴라테스트/사진제공=다이슨

필터를 갈아 끼운 공기청정기는 현지 가정집 거실과 비슷한 넓이(27㎡, 8.1평)의 '폴라 실험실'로 옮겨졌다. 공기청정기가 보통 거실 안쪽에 놓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화된 공기가 실내 끝자락까지 제대로 도달하는지 측정하는 실험이다.

마치 지뢰처럼 생긴 오염 분사기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스프레이·가스레인지 등을 사용하는 환경에서 발생하는 일상생활 수준의 미세먼지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공기청정기에 달린 동전 모양의 디스플레이에 '빨간불'이 켜지더니 이내 '초록색'으로 돌아왔다.

실험실 구석구석에 달린 9개 센서를 통해 공기질을 측정한 결과는 예상대로 균등했다. 공기청정기 제조사 상당수는 제품 주변의 공기질만 집중 측정하는 한계를 가진다고 더켓 엔지니어는 귀띔했다.

'쿵쿵', '철컥철컥'…. 귀청을 때리는 소음을 따라가봤다. 헤드폰을 낀 직원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공기청정기를 들어 사정없이 던지는 장면이 한눈에 확 들어왔다. 내부에 가득한 거센 소음이 내구성 테스트 수준을 말해준다.

본체를 손으로 들다 떨어졌을 때 깨지는 부분과 기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기 위한 것이다. 발로 차고 집어던진 횟수만 35회. '다이슨 제품은 디자인만 예쁘고 내구성은 약하다'는 일각의 편견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존 윌리스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는 "아시아 소비자는 공기질을 인지하고 공기청정기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에 성장 잠재력이 크다"며 "한국 소비자는 다이슨의 기술,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 등에 가치를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이슨 말레이시아 개발센터에서 엔지니어들의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다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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