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이 입을 열었고 현장의 취재진은 귀를 의심했다. "3년간의 결과를 보면 이게 올바른 방향이라는걸 확신한다"는 말. 5일 SK이노베이션 임금협상 조인식에서였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로 3년 연속 물가지수 인상률 연동하는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3년 연속 1%대(올해 1.5%)다. 몇 년 전만 해도 진통 끝 4%대 인상이 당연하던 노사의 큰 변화다.
노사 협상 테이블은 밀고 당기는 정치판이나 다름없다. 지나가는 말처럼 흘린 한 마디가 파행의 빌미가 되고 쟁의의 씨앗이 된다. '어제는 맞고 오늘은 틀리다'는 식의 화법은 일상적으로 통하는 곳이 바로 이 테이블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합의해도 사측은 "회사가 양보했다", 노측은 "노조가 양보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노사 협상 문법이다.
SK이노베이션 노사 대화는 그래서 특별했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노사문화가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긴 시간 기울여 온 노사의 노력을 전 구성원이 이해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연동제 도입 직전인 2016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6개월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중앙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했다. 노사는 진통 끝에 중재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소모적 대화를 되풀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대기업 노조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다. 임금인상률과 물가상승률 연동이라는 아이디어가 이 과정에서 나왔다.
관계가 안정되면 노사가 같은 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 이 노조위원장은 이날 소회를 밝히는 말미에 "시대적 변화인 사회양극화 해소에 동참하고자 하는 조합원들의 마음이 있었기에 3년 연속 (1%대 인상에 대한) 찬성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사회 양극화 해소를 말하는 첫 대기업 노조를 만나는 순간이었다.